먼저 볼 것  옷 안쪽 세탁 라벨물 온도  30도 안팎 미지근한 물세제  중성세제, 섬유유연제·표백제 빼기말리기  바닥에 눕혀서, 마르는 동안 두드리기

아침 기온이 한 자릿수로 내려간 날, 옷장 맨 위 칸에서 패딩을 끌어내린다. 반년 동안 눌려 있던 옷은 납작하고 어딘가 퀴퀴하다. 그래서 대개는 그대로 쇼핑백에 담아 동네 세탁소로 간다. 비싼 옷이니 전문가에게 맡기는 게 맞다고 생각해서다. 그런데 다운 패딩에는 이 선택이 오히려 숨을 죽이는 쪽일 때가 많다.

비싼 옷이니 드라이로, 대부분 여기서 시작한다

밝은 욕실 타일 바닥의 넓은 대야 속 미지근한 물에 지퍼를 끝까지 잠근 베이지색 다운 패딩이 접힌 채 잠겨 있고 옆에 흰 수건이 개어져 있는 수채화 일러스트

패딩을 세탁소에 맡기는 이유는 대개 비슷하다. 두툼해서 세탁기에 들어갈 것 같지 않고, 물에 넣으면 털이 뭉쳐 버릴 것 같고, 무엇보다 값이 나가는 옷이라 실수하기 싫다. 맡기면 비닐을 씌운 채 반듯하게 돌아오니 일을 제대로 끝낸 기분도 든다.

문제는 다운이 일반 옷감과 다르다는 데 있다. 패딩 안을 채운 건 오리나 거위의 솜털과 깃털이다. 이 털은 겉에 얇은 기름막을 두르고 있고, 그 덕에 눌렸다가도 다시 부풀어 오른다. 털 사이에 공기를 붙잡아 두는 힘이 곧 패딩의 따뜻함이다.

드라이클리닝은 물 대신 기름때를 녹이는 용제로 옷을 빤다. 기름때를 잘 빼는 성질이 다운에는 그대로 독이 된다. 털을 감싼 기름막까지 같이 녹여 내기 때문이다. 몇 번 맡기다 보면 패딩이 예전만큼 빵빵하게 올라오지 않고, 칸마다 털이 한쪽으로 몰려 얇은 데가 생긴다.

기름때를 잘 빼는 용제가 털을 감싼 기름막까지 같이 녹인다.

섬유유연제를 넣는 습관도 같은 길로 간다

집에서 빨더라도 흔히 하는 실수가 하나 더 있다. 부드럽게 하려고 섬유유연제를 붓는 것이다. 유연제는 섬유 겉을 얇게 코팅하는 방식으로 일한다. 다운에 이 막이 씌워지면 털끼리 달라붙어 공기를 품는 틈이 줄어든다. 표백제는 털 자체를 상하게 하니 말할 것도 없다.

그렇다고 모든 패딩을 물에 넣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손대기 전에 옷 안쪽의 세탁 라벨부터 본다. 물세탁 표시가 있으면 집에서 빨면 되고, 드라이클리닝만 된다고 적혀 있으면 그 옷은 라벨 말대로 세탁소에 맡긴다. 겉감에 가죽이나 털 장식이 붙어 있는 옷도 대개 여기에 든다. 라벨이 먼저고, 이 글은 그다음이다.

미지근한 물과 중성세제, 지퍼는 끝까지 올리고

물세탁이 되는 패딩이라면 순서는 단순하다. 30도 안팎의 미지근한 물에 중성세제를 정해진 양만큼 푼다. 다운 전용 세제가 있으면 좋고, 없으면 울 세탁에 쓰는 중성세제로 충분하다. 가루 세제처럼 알칼리성이 강한 것은 피한다.

넣기 전에 지퍼와 단추, 똑딱이를 모두 잠근다. 열어 둔 채 돌리면 지퍼 이빨이 겉감을 긁고, 옷이 뒤틀리며 모양이 무너진다. 소매 끝이나 목둘레처럼 때가 진한 곳은 세제를 직접 조금 묻혀 두었다가 손으로 살살 눌러 먼저 빼 둔다.

세탁기를 쓴다면 울 코스나 란제리 코스처럼 약한 코스를 고르고, 다른 빨래와 섞지 않고 한 벌만 돌린다. 손빨래라면 대야에서 비비거나 비틀지 말고 손바닥으로 꾹꾹 눌렀다 떼기를 되풀이한다. 탈수는 짧게 끝낸다. 오래 돌리면 젖은 털이 한쪽 벽에 눌러붙는다.

걸지 말고 눕혀서, 마르는 동안 몇 번이고 두드린다

햇살이 비스듬히 드는 나무 바닥 거실에 넓게 편 흰 수건 위로 남색 다운 패딩이 소매를 펼친 채 눕혀져 마르고 있고 옆에 빨래 바구니와 화분이 놓인 수채화 일러스트

물세탁보다 더 자주 틀리는 건 말리는 단계다. 젖은 패딩을 옷걸이에 걸면 물을 먹은 털이 무게 때문에 아래 칸으로 쏠린다. 그대로 마르면 어깨는 얇고 밑단만 두툼한 옷이 된다. 넓은 수건을 깔고 바닥이나 건조대 위에 눕혀서 말린다.

마르는 동안 한두 시간마다 들어 손바닥으로 툭툭 두드리고 뒤집어 준다. 뭉친 털이 풀리면서 공기가 다시 들어가고, 속까지 마르는 시간도 짧아진다. 덜 마른 채 오래 두면 털에서 특유의 비린 냄새가 올라오니 볕이 직접 닿지 않는 바람 잘 드는 곳에서 끝까지 말린다.

건조기를 쓸 수 있는 옷이라면 고온은 피하고 저온으로 돌린다. 마른 수건을 뭉쳐 두세 개 같이 넣으면 굴러다니며 뭉친 털을 쳐 준다. 다 마른 뒤에도 한 번 더 털어 공기를 채우고, 어깨가 눌리지 않게 두꺼운 옷걸이에 걸어 둔다.

걸어서 말리면 털이 밑단으로 내려앉는다. 눕혀 놓고 두드리는 게 일의 절반이다.

바꾸고 나면 달라지는 건 두께와 수명이다

드라이클리닝을 맡겼을 때와 집에서 물로 빨았을 때의 차이는 당장 그날보다 몇 해 뒤에 드러난다. 기름막을 지킨 다운은 눌렀다 놓으면 다시 제 두께로 올라온다. 칸마다 털이 고르게 차 있으니 바람 부는 날 한쪽만 서늘한 일도 줄어든다.

덧붙여, 봄에 넣기 전에 이미 빨아 두었다면 꺼낸 날 또 빨 필요는 없다. 바람 잘 드는 곳에 하루쯤 널어 냄새를 빼고 손으로 두드려 부풀리면 된다. 세탁은 자주 할수록 털이 지치니, 때가 눈에 보일 때 한 시즌에 한 번 정도로 아껴 쓰는 편이 낫다.

정리하면

  • 패딩에 손대기 전에 안쪽 세탁 라벨부터 본다. 드라이 전용이면 그 말을 따른다.
  • 물세탁이 되는 다운은 30도 안팎 미지근한 물에 중성세제로 빤다. 섬유유연제와 표백제는 뺀다.
  • 지퍼·단추를 모두 잠그고 약한 코스로 한 벌만, 탈수는 짧게 돌린다.
  • 걸지 말고 눕혀 말리며, 마르는 동안 몇 번이고 두드려 뭉친 털을 푼다.
  • 봄에 빨아 넣은 옷이면 꺼낸 날은 바람만 쐬고 두드려 부풀리면 된다.

올겨울 패딩을 꺼냈다면 쇼핑백에 담기 전에 옷을 한 번 뒤집어 라벨부터 읽어 보자. 물세탁 표시가 보이면 이번 주말 욕실 대야 하나로 끝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