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터를 꺼내기 전에 천장과 현관부터 — 난방철 앞에 한 바퀴 도는 소화기·화재감지기 목록
10월 첫 주말이면 집집마다 창고 문이 열린다. 전기히터, 전기장판, 온풍기가 차례로 나오고 보일러 온도도 한 칸씩 올라간다. 그런데 정작 불이 났을 때 먼저 울려야 할 것과 먼저 손에 잡혀야 할 것은 대개 그 자리에 그대로다. 천장 구석의 동그란 감지기, 현관이나 베란다 어딘가에 세워 둔 빨간 소화기. 몇 년째 아무도 만지지 않았다면 지금이 볼 때다.
난방기를 켜기 전, 이 목록은 바로 그 주에 쓴다

이 목록을 꺼낼 때는 정해져 있다. 히터나 전기장판을 처음 꽂는 그 주, 보일러를 겨울 모드로 돌리는 그 주다. 집 안에 열을 내는 물건이 늘어나는 시점에 맞춰 불을 알리고 끄는 물건도 같이 깨워 둔다. 한 번 보는 데 십오 분이면 넉넉하다.
대상은 두 가지뿐이다. 연기를 맡으면 스스로 경보음을 내는 단독경보형 감지기, 그리고 가정용 소화기다. 아파트와 기숙사를 뺀 단독주택·다가구·다세대·연립주택은 이 둘을 갖춰야 한다. 신축 주택은 2012년 2월부터, 그 전에 지은 집도 2017년 2월부터 의무가 됐다. 아파트는 건물에 따로 소방 설비가 있어 이 의무에서 빠질 뿐, 세대 안에 소화기 한 대쯤 있는지는 똑같이 확인해 볼 만하다.
날짜를 한 번 세어 보자. 2017년 무렵 다급하게 달아 둔 감지기라면 내년이면 열 살이 된다. 감지기 배터리 수명이 약 10년이니, 그 집들은 올겨울이 사실상 마지막 겨울이다. 오래 조용했다고 멀쩡한 게 아니다. 조용한 채로 꺼져 있을 수도 있다.
열을 내는 물건이 늘어나는 주에, 불을 알리고 끄는 물건도 같이 깨운다.
소화기는 바늘과 날짜, 그리고 손이 닿는 자리를 본다
먼저 압력게이지다. 손잡이 아래 작은 동그란 창에 바늘이 있다. 바늘이 초록색 칸 안에 있으면 정상이다. 빨간 쪽으로 떨어져 있으면 압력이 빠진 것이라 막상 눌러도 약제가 제대로 나가지 않는다. 그런 소화기는 바꿀 때가 된 것이다.
다음은 날짜다. 가정용 소화기의 사용기한은 10년이다. 몸통 옆에 붙은 표시에서 제조 연월을 찾는다. 이사 올 때 전 집주인이 두고 간 소화기라면 특히 이 숫자를 봐야 한다. 기한이 지났거나 연월을 읽을 수 없으면 새것으로 바꾸는 편이 낫다.
그다음 겉모습이다. 몸통에 녹이 슬거나 찌그러진 곳은 없는지, 호스가 갈라지거나 끝이 막혀 있지 않은지, 안전핀이 제자리에 꽂혀 있는지를 차례로 본다. 분말 소화기라면 들어서 흔들어 본다. 안에서 가루가 사르르 움직이는 소리가 나야 한다. 아무 소리가 없으면 가루가 굳어 있을 수 있다.
마지막은 자리다. 소화기는 세대마다, 층마다 한 대 이상 두고 집 안 어디서든 걸어서 20m 안에 닿아야 한다. 베란다 짐 더미 뒤나 싱크대 하부장 깊숙한 곳에 넣어 두면 정작 연기가 찬 순간 꺼내지 못한다. 현관이나 주방 출입구처럼 지나다니며 눈에 들어오는 바닥이 낫다. 2층 집이라면 위층에도 한 대가 따로 있어야 한다.
바늘은 초록 칸, 제조일은 10년 안, 자리는 눈에 띄는 바닥.
감지기는 방마다 달려 있는지부터, 버튼은 그다음이다

감지기는 구획된 방마다 하나씩 있어야 한다. 거실에만 하나 달고 끝낸 집이 많은데, 침실·작은방·주방도 각각 따로 센다. 잠든 사이에 연기가 퍼지는 곳이 바로 문 닫힌 침실이다. 천장을 한 바퀴 올려다보며 빈 방이 있는지부터 센다.
있는 것은 하나씩 시험한다. 의자나 접이식 사다리를 단단히 놓고 올라가 본체의 시험 버튼을 누른다. 경보음이 크게 울리고 불빛이 들어오면 살아 있는 것이다. 아무 반응이 없거나 소리가 힘없이 끊기면 배터리가 다 됐거나 본체가 수명을 다한 것이다. 배터리를 갈 수 있는 제품이면 갈아 보고, 그래도 조용하면 본체째 바꾼다.
요리하다가 괜히 울려서 떼어 두었다는 집도 있다. 떼어 낸 감지기는 서랍 속에서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 잘못 울릴 때는 본체의 버튼을 눌러 멈추면 되고, 그래도 자꾸 울리면 그 자리를 옮기거나 새 제품으로 바꾼다. 비닐을 씌워 두거나 배터리를 빼 두는 건 없는 것과 같다.
겉에 앉은 먼지도 털어 낸다. 연기는 감지기 옆면의 틈으로 들어간다. 그 틈이 먼지와 거미줄로 막혀 있으면 연기가 늦게 닿는다. 마른 솔이나 마른 천으로 겉만 가볍게 털고 물을 뿌리지는 않는다.
떼어 둔 감지기, 배터리를 뺀 감지기는 없는 감지기와 같다.
다 끝나면 집은 이런 모습이어야 한다
목록을 다 돌고 나면 집 안 상태가 이렇게 정리돼야 한다. 방마다 천장에 감지기가 하나씩 있고, 하나하나 버튼을 눌렀을 때 전부 울렸다. 소화기는 바늘이 초록 칸에 있고, 제조일이 10년 안이며, 현관이나 주방 쪽 바닥에 서 있어 누구라도 바로 집을 수 있다.
가족에게도 한 번 말해 둔다. 소화기가 어디 있는지, 안전핀을 뽑고 호스를 불 쪽으로 향한 채 손잡이를 누른다는 것 정도면 된다.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감지기 소리를 한 번 같이 들어 두는 것도 좋다. 처음 듣는 소리에 놀라 숨는 일이 없도록.
그다음에야 히터를 꽂는다. 순서를 바꿔도 당장은 아무 일이 없다. 다만 겨울은 길고, 열을 내는 물건은 석 달 내내 켜져 있다. 그 석 달을 지켜 줄 두 가지를 먼저 깨워 두는 데 드는 시간은 십오 분이다.
방마다 울리는 감지기, 초록 바늘의 소화기, 그리고 그 위치를 아는 가족.
정리하면
- 점검 시점은 히터·전기장판을 처음 꺼내는 주, 한 번에 십오 분이면 된다.
- 소화기는 압력게이지 바늘이 초록 칸인지, 제조일이 10년 안인지, 눈에 띄는 바닥에 있는지 본다.
- 감지기는 거실뿐 아니라 침실·작은방·주방까지 방마다 하나씩, 시험 버튼으로 전부 울려 본다.
- 2017년 무렵 단 감지기는 배터리 수명 약 10년을 곧 채우니 올해 특히 꼼꼼히 본다.
- 떼어 두거나 배터리를 뺀 감지기는 다시 달고, 오작동은 버튼으로 멈추거나 자리를 옮긴다.
불은 대개 열을 내는 물건 곁에서 시작한다. 그 물건들이 창고에서 나오는 주에, 천장과 현관을 먼저 한 번 올려다보고 내려다보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