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밖에서 난 베란다 — 9월 남은 두 주에 갈라서 하는 일
베란다 문을 다시 열어 두기 시작한 게 며칠 안 됐다. 여름 내내 에어컨 때문에 닫아 두었던 문이다. 열어 보니 바닥에 먼지가 앉아 있고, 배수구 덮개 위에 뭔가 눌어붙어 있고, 실외기 옆에는 여름 초에 갖다 둔 물건이 그대로 있다. 한꺼번에 손대면 반나절이 간다. 9월 남은 두 주에 나누면 한 번에 삼십 분이면 된다.
두 주를 가르는 기준은 태풍이 끝나는 시점이다
베란다 일을 두 주로 가를 때 기준은 하나다. 9월은 태풍이 아직 오는 달이고, 10월은 거의 안 오는 달이라는 것. 평년으로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 태풍이 8월에 1.2개, 9월에 0.8개, 10월이 되면 0.1개로 뚝 떨어진다. 그러니 바람과 비에 대비하는 일은 이번 주에 끝내야 하고, 결로와 먼지처럼 날이 식으면서 생기는 일은 다음 주로 미뤄도 된다.
이번 주, 그러니까 9월 15일부터 21일까지는 세 가지다. 배수구 덮개를 열어 뚫어 두는 것, 난간과 바닥에 둔 가벼운 물건을 치우는 것, 창이 흔들리는지 한 번 밀어 보는 것. 셋 다 비 오기 전에 해야 뜻이 있다.
다음 주, 9월 22일부터 28일까지는 연휴가 끼어 있다. 그래서 일을 가볍게 잡았다. 실외기 주변을 비우고 먼지를 털어 내는 것, 창틀 레일과 문턱의 물기를 닦아 말리는 것, 화분 자리를 정리하는 것. 이쪽은 하루 미뤄져도 큰일이 나지 않는다.
그리고 두 주 어디에도 넣지 않은 것이 있다. 화분을 안으로 들이는 일, 문풍지와 단열 필름, 베란다 세탁기의 동파 대비. 지금 하면 오히려 손해거나, 아직 한 달 넘게 여유가 있는 일이다. 맨 끝에 따로 적었다.
바람과 비에 대비하는 일은 이번 주, 날이 식으면서 생기는 일은 다음 주. 기준은 태풍이 끝나는 시점이다.
이번 주 — 배수구를 뚫고, 날아갈 것을 치우고, 창을 밀어 본다
제일 먼저 배수구다. 태풍이 예보되면 하수구와 집 주변 배수구를 미리 점검하고 막힌 곳은 뚫어 두라는 게 기본 행동요령인데, 베란다 배수구가 딱 그 자리다. 여름 내내 창을 닫아 두는 동안 덮개 위에는 먼지와 머리카락, 화분에서 흘러나온 흙이 얇게 굳어 있다. 이대로 큰비가 들이치면 물이 빠지지 못하고 바닥에 고인다. 아래층 천장으로 스며드는 일이 여기서 시작된다.
덮개를 들어내고 안쪽까지 본다. 덮개만 닦고 끝내면 반은 한 셈이다. 구멍 안쪽에 낀 것을 긴 솔이나 젓가락으로 걷어내고, 물을 한 바가지 부어 잘 빠지는지 확인한다. 물이 천천히 내려가면 아직 남은 것이다.
두 번째는 밖에 둔 물건이다. 강풍에 날아갈 수 있는 바깥 물건은 미리 치우거나 안으로 들이는 게 원칙이다. 난간에 걸어 둔 빨래집게 바구니, 빈 화분, 접은 돗자리, 여름 초에 사서 한 번 쓰고 세워 둔 물놀이 용품. 여름 동안 문을 안 열었으니 그대로 있을 것이다. 무거운 건 놔두고 가벼운 것만 안으로 들이거나 바닥에 눕혀 둔다.
세 번째는 창이다. 창을 닫은 채로 손바닥으로 밀어 보면 흔들리는지 바로 안다. 유리에 테이프를 붙이는 것보다 창틀과 유리 사이 틈을 없애는 게 먼저다. 흔들리면 그 틈에 종이나 헝겊, 스펀지를 끼워 고정한다. 여름 내내 닫아 두었던 창이라 고무 패킹이 눌려서 헐거워진 경우가 많다.
배수구는 덮개가 아니라 안쪽까지. 물 한 바가지를 부어 빠지는 속도로 확인한다.
다음 주 — 실외기 주변을 비우고, 레일을 말리고, 화분 자리를 정한다
연휴가 낀 주라서 일을 세 개만 잡았다. 첫 번째는 실외기다. 여름 내내 돌아간 실외기 주변에는 뜨거운 공기가 빠져나갈 공간이 있어야 하고, 실외기에 앉은 먼지는 과열되면 불이 붙을 수 있으니 주기적으로 걷어내라는 게 소방청 안내다. 7월 1일부터 8월 7일까지 한 달 남짓한 기간에 에어컨 화재가 160건이었고 그중 86퍼센트가 전기적 요인이었다. 아직 낮에 에어컨을 켜는 날이 남아 있으니 실외기 앞을 막고 있는 물건부터 옮긴다.
먼지는 실외기 뒤쪽 방열판에 회색으로 앉아 있다. 전원을 끄고 마른 솔로 위에서 아래로 쓸어내린다. 물을 뿌리지 않는다. 전선 피복이 벗겨진 데가 없는지도 이때 같이 본다.
두 번째는 창틀 레일과 문턱이다. 아침저녁 기온이 내려가기 시작하면 창과 창틀이 실내 공기보다 먼저 식고, 거기에 물방울이 맺힌다. 레일에 먼지가 쌓여 있으면 그 물이 먼지와 섞여 검게 굳고, 곰팡이가 자리 잡는 첫 자리가 된다. 결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레일을 청소기로 빨아내고 젖은 걸레로 닦은 다음 완전히 말린다. 여기서 물기를 남기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
세 번째는 화분이다. 들이는 게 아니라 자리를 정리하는 것이다. 여름 내내 한자리에 있던 화분 밑에는 물 자국과 흙이 굳어 있고, 화분끼리 붙어 있으면 바람이 안 통한다. 바닥을 닦고 화분 사이를 벌려 놓는다. 밤에 기온이 내려가기 시작하는 지금부터가 식물이 추위에 적응하는 기간이라, 자리를 옮겨 주는 정도로 끝낸다.
실외기는 아직 낮에 돌아가는 날이 남았다. 앞을 막은 물건부터 옮기고, 먼지는 전원을 끄고 마른 솔로.
여기서 건너뛰어도 되는 것
두 주를 가르는 이유는 무엇을 안 해도 되는지 보이게 하려는 것이다. 이 계절에 자꾸 손이 가는데 지금은 하지 않는 게 나은 일이 몇 가지 있다.
화분을 실내로 들이는 것. 다육식물처럼 베란다에서 겨울을 나는 식물은 9월과 10월에 걸쳐 서서히 낮은 온도에 적응시켜야 추위를 견디는 힘이 붙는다. 대부분은 베란다 최저기온이 5도 밑으로 내려갈 때가 기준이니 지금 들이면 너무 이르다. 실내로 옮기면 햇빛이 모자라 웃자라기도 한다. 자리만 정리하고 그대로 둔다.
문풍지와 단열 필름. 낮에는 아직 창을 열어 두는 날이 많다. 지금 붙이면 열고 닫을 때마다 들뜬다. 이건 창을 닫아 두기 시작하는 시점에 하는 일이다.
베란다 세탁기 동파 대비. 호스에 남은 물을 빼고 보온재를 감는 일은 영하로 떨어지기 전 한 번이면 된다. 두 달 가까이 남았다.
실외기 커버. 낮에 에어컨을 켜는 날이 남아 있는 동안은 씌우지 않는다. 뜨거운 공기가 빠져나갈 공간을 막는 셈이라 소방청 안내와 정반대로 가는 일이다. 에어컨을 완전히 끄고 나서, 그것도 통풍구를 막지 않는 방식으로만.
그리고 베란다 대청소. 바닥을 물로 통째로 씻어 내는 건 배수구를 뚫은 다음 언제 해도 된다. 이번 두 주에 넣지 않은 이유는 그 반나절이 다른 일 세 개를 다 밀어내기 때문이다. 배수구, 물건, 창, 실외기, 레일, 화분. 이 여섯 개가 끝나면 대청소는 하고 싶을 때 하면 된다.
화분 들이기·문풍지·세탁기 동파 대비·실외기 커버는 지금 하면 이르다. 여섯 가지가 끝난 뒤 대청소는 하고 싶을 때.
정리하면
- 두 주를 가르는 기준은 태풍이다. 9월은 영향 태풍이 평년 0.8개, 10월은 0.1개. 비바람 대비는 이번 주, 결로·먼지는 다음 주.
- 이번 주는 배수구 안쪽까지 뚫고 물 한 바가지로 확인, 난간과 바닥의 가벼운 물건 치우기, 창을 밀어 흔들리면 틈을 메우기.
- 다음 주는 실외기 앞 물건 옮기고 전원 끈 뒤 마른 솔로 먼지 털기, 창틀 레일 닦고 완전히 말리기, 화분 바닥 닦고 사이 벌리기.
- 화분 실내 들이기는 9~10월 저온 적응 뒤 최저기온 5도가 기준이라 아직 이르다. 문풍지·세탁기 동파 대비·실외기 커버도 마찬가지.
- 대청소는 여섯 가지가 끝난 뒤 언제든. 이번 두 주의 목표는 한 번에 삼십 분이다.
여름 내내 문을 닫아 둔 자리라 한꺼번에 눈에 들어오는 것뿐이다. 순서만 정해 두면 베란다는 두 주 안에 가을 자리로 돌아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