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전을 다 부친 주방 후드 — 기름 먹은 필터를 떼어 씻고 다시 거는 순서
연휴가 끝난 주방은 조용한데, 가스레인지 위를 올려다보면 아직 명절이 남아 있다. 후드 가장자리를 손가락으로 쓸면 끈적하게 묻어나고, 불을 켜면 전 냄새가 은근히 다시 올라온다. 사흘 동안 기름을 달군 연기가 전부 저 필터를 지나갔기 때문이다. 기름이 식어 굳기 전, 연휴 직후 이번 주가 필터 씻기 제일 쉬운 때다. 떼는 것부터 다시 거는 것까지, 한 시간이면 끝나는 순서를 적었다.
사흘 부친 전 냄새가 아직 후드에 걸려 있다

후드 필터는 연기 속 기름 방울을 붙잡아 두는 그물이다. 평소 저녁 한 끼 볶음 요리에서 나오는 기름은 얼마 안 되지만, 명절에는 사정이 다르다. 넓은 팬에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몇 시간씩 전을 부치면 그 연기가 쉬지 않고 필터를 지난다. 사흘이면 평소 몇 주 치 기름이 한꺼번에 걸린다.
걸린 기름은 처음엔 묽다. 그런데 식은 채로 며칠 두면 먼지를 끌어안고 점점 끈끈해지다가 나중엔 갈색으로 굳는다. 이렇게 굳은 기름은 세제만으로는 잘 안 풀려서 결국 세게 문지르게 되고, 그러다 필터 표면을 긁는다. 연휴 직후가 씻기 좋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직 덜 굳었을 때 불리면 힘을 거의 안 들이고 빠진다.
필터가 막히면 후드도 제 일을 못 한다. 그물 구멍이 기름으로 메워지면 빨아들이는 바람이 약해지고, 연기와 냄새가 주방에 그대로 퍼진다. 모터는 같은 바람을 내려고 더 애쓰니 소리도 커진다. 명절 뒤에 후드가 유난히 시끄럽고 냄새가 안 빠진다면 대개 필터 탓이다.
기름이 굳기 전 이번 주에 씻으면, 문지를 일이 반으로 준다.
씻기 전에 필터가 무슨 금속인지부터 본다
준비물은 많지 않다. 필터가 통째로 들어가는 개수대나 큰 대야, 중성 주방세제, 부드러운 솔이나 헌 칫솔, 행주 두 장, 고무장갑이면 된다. 개수대가 좁으면 욕조를 써도 된다. 그 전에 한 가지는 꼭 확인한다. 필터가 알루미늄인지 스테인리스인지다.
이게 중요한 이유는 알루미늄이 알칼리에 약해서다. 기름때에 잘 듣는다고 알려진 과탄산소다나 강한 세정제를 뜨거운 물에 풀어 오래 담가 두면, 알루미늄 필터는 표면이 하얗게 일어나거나 거뭇하게 얼룩진다. 한번 변색되면 다시 안 돌아온다. 후드 설명서나 필터 옆면 표기를 보면 재질이 나와 있다. 표기가 안 보이면 같은 크기에 비해 유난히 가볍고 손톱으로 눌러도 자국이 날 만큼 무른 은색 판은 알루미늄일 가능성이 크다.
재질을 모르겠으면 알루미늄이라고 치고 씻는다. 미지근한 물과 중성세제는 어느 쪽 금속에도 탈이 없다. 센 약품은 재질을 확실히 안 다음에 써도 늦지 않다.
재질이 헷갈리면 알루미늄으로 보고, 중성세제로만 씻는다.
후드를 끄고, 떼고, 불리고, 결대로 닦는다
먼저 후드와 가스레인지를 다 끄고 화구가 식었는지 손을 대 본다. 방금 요리를 했다면 필터도 뜨겁다. 필터는 대개 아래쪽 걸쇠를 내리거나 손잡이를 당기면 앞으로 기울면서 빠진다. 억지로 아래로 잡아 뜯으면 걸이 부분이 휘니, 걸쇠를 먼저 풀고 천천히 앞으로 당긴다. 떼면 기름이 떨어질 수 있어서 레인지 위에 신문지나 행주를 깔아 두면 편하다.
개수대에 손을 넣었을 때 따뜻하다 싶은 정도의 미지근한 물을 받고 중성세제를 풀어 필터를 완전히 잠기게 넣는다. 그대로 10분쯤 둔다. 제조사가 권하는 방법도 이 정도다. 이 사이에 후드 안쪽 테두리와 겉면을 세제 푼 물에 적신 행주로 닦아 둔다. 필터만 깨끗하고 테두리에 기름이 남으면 거기서 다시 냄새가 난다.
10분이 지나면 부드러운 솔로 그물 결을 따라 살살 쓸어 낸다. 결을 거슬러 문지르면 그물 사이에 낀 기름이 오히려 안으로 밀려 들어간다. 초록색 거친 수세미나 철수세미는 쓰지 않는다. 필터 표면의 보호 코팅이 벗겨지고, 긁힌 자리에는 다음부터 기름이 더 잘 달라붙는다. 흐르는 물에 뒤집어 가며 헹군다.
덜 빠진 곳이 있으면 같은 물에 한 번 더 불리고 다시 쓸어 낸다. 한 번에 다 벗기려고 힘을 주는 것보다 불리는 횟수를 늘리는 쪽이 필터에 낫다. 식기세척기가 있고 설명서에서 세척기 사용을 허용한다면 전용 세제로 표준 코스에 돌려도 된다.
힘을 주는 대신 한 번 더 불린다. 솔은 그물 결을 따라서.
완전히 말렸는지, 바람이 돌아왔는지로 확인한다
헹군 필터는 털어서 물기를 빼고 마른 행주로 겉을 한 번 훑은 뒤, 세워서 바람이 통하는 곳에 둔다. 그물 사이의 물기는 겉보다 늦게 마른다. 덜 마른 채로 걸면 후드 안에 습기가 차고, 먼지가 그 물기에 달라붙는다. 창가에 세워 두고 반나절쯤 지나 손가락으로 그물 안쪽을 만져 봐서 차갑거나 축축한 데가 없으면 다 마른 것이다.
다시 걸 때는 뗄 때의 반대다. 안쪽 끝을 먼저 끼우고 들어 올린 다음 걸쇠를 채운다. 걸쇠가 끝까지 안 걸리면 필터가 비스듬히 매달려 틈으로 기름이 샌다. 필터 청소 알림이 뜨는 후드라면 제품마다 정해진 버튼을 눌러 사용 시간을 되돌려야 한다. 이걸 빼먹으면 알림이 계속 켜져 있거나 다음 청소 시점이 엉킨다.
마지막으로 후드를 켜 보고 확인한다. 휴지 한 장을 필터 아래 가까이 대면 위로 딸려 올라가는 힘이 씻기 전보다 분명히 세다. 소리도 한결 낮아진다. 불을 켜고 물 한 냄비를 끓여 김이 곧장 빨려 올라가는지 보면 더 확실하다.
피할 것도 있다. 과탄산소다나 락스를 알루미늄 필터에 쓰지 않는다. 뜨거운 약품 물에서 올라오는 김은 창을 닫은 주방에서 들이마시기 쉬우니, 어떤 세제를 쓰든 창은 열어 둔다. 그리고 명절 뒤에만 몰아서 씻지 말자. 튀김이나 볶음을 자주 하는 집이라면 한 달에 한 번쯤 같은 순서로 씻어 두면, 다음 명절 필터는 10분 불리는 것으로 끝난다.
휴지 한 장이 필터 쪽으로 빨려 올라가면 제대로 된 것이다.
정리하면
- 명절 사흘이면 필터에 평소 몇 주 치 기름이 걸린다. 굳기 전 이번 주에 씻는 게 제일 쉽다.
- 씻기 전에 재질부터 본다. 알루미늄은 알칼리에 변색되니, 헷갈리면 중성세제로만 씻는다.
- 후드를 끄고 식힌 뒤 걸쇠를 풀어 앞으로 뺀다. 미지근한 물과 중성세제에 10분쯤 불린다.
- 부드러운 솔로 그물 결을 따라 쓸고, 안 빠지면 한 번 더 불린다. 거친 수세미는 코팅을 벗긴다.
- 그물 안쪽까지 완전히 말려서 걸고, 알림이 있는 후드는 사용 시간을 되돌린다. 휴지 한 장으로 바람을 확인한다.
후드 필터는 올려다볼 일이 없어서 늘 뒤로 밀린다. 그래도 명절 뒤 한 번만큼은 챙겨 두면 좋다. 기름이 아직 무를 때라 불리고 쓸어 내는 것으로 거의 끝난다. 오늘 저녁 설거지를 마친 김에 걸쇠만 한번 내려 보자. 필터 색을 보면 씻을지 말지 바로 알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