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뒷정리, 음식물 쓰레기통 앞에서 다들 믿고 있는 네 가지 — 절반은 봉투를 바꿔야 한다
전을 다 부치고 상을 물린 저녁, 개수대 옆에 음식물 쓰레기 봉투가 입을 벌리고 있다. 생선 가시, 달걀 껍데기, 대파 뿌리, 먹다 남은 나물, 김치 국물까지 손에 잡히는 대로 쓸어 넣는 집이 많다. 먹던 것이니 다 음식물 쓰레기라는 믿음이 깔려 있어서다. 그런데 이 봉투 안에서 절반은 자리를 잘못 잡은 것들이다. 명절 주간이면 아파트 음식물 쓰레기가 평소보다 20% 넘게 는다. 양이 느는 만큼 잘못 들어가는 것도 는다. 집집마다 굳어진 믿음 네 가지를 골라 무엇이 틀렸고 대신 어디로 보내면 되는지 적었다.
먹던 것이면 다 음식물 쓰레기라는 믿음 — 뼈와 껍데기부터 갈라야 한다

제일 넓게 퍼진 믿음이 이것이다. 입에 들어갔던 것, 상에 올랐던 것이면 전부 음식물 쓰레기라는 생각. 그래서 갈비 뼈, 조기 가시, 삶은 달걀 껍데기, 전 부치다 나온 대하 껍데기가 나물 찌꺼기와 한 봉투에 들어간다.
기준은 먹던 것이냐가 아니라 처리장 기계가 갈 수 있느냐다. 음식물 쓰레기는 사료나 퇴비로 다시 만드는데, 그 첫 공정이 분쇄다. 소·돼지·닭 뼈, 생선뼈, 조개·소라·전복 껍데기, 게 껍데기, 달걀 껍데기, 호두·밤 껍데기, 복숭아·살구·감 씨처럼 단단한 것은 이 분쇄기를 망가뜨린다. 그래서 서울시 표준안이든 구청 배출 요령이든 이것들은 종량제 봉투로 가라고 되어 있다.
명절 상에서 나오는 것 중에 이 목록에 걸리는 게 유난히 많다. 갈비찜 뼈, 조기 뼈, 전 부칠 때 깬 달걀 껍데기, 송편 상에 올린 밤 껍데기, 후식으로 깎은 감 씨. 평소 한 끼에서는 하나 나올까 말까 한 것들이 명절 하루에 다 나온다.
대신 할 일은 간단하다. 상을 치우기 전에 개수대 옆에 그릇을 하나 더 놓는다. 접시를 긁을 때 뼈와 껍데기와 씨는 그 그릇으로, 나머지는 음식물 봉투로. 손이 두 번 가는 게 아니라 긁는 방향만 갈리는 것이라 시간이 더 들지 않는다. 그 그릇은 물기만 빼서 종량제 봉투에 붓는다.
기준은 먹던 것이냐가 아니라 분쇄기가 갈 수 있느냐다. 뼈·패류·달걀 껍데기·단단한 씨는 상을 치울 때부터 다른 그릇에 담는다.
채소 껍질과 뿌리는 채소니까 음식물이라는 믿음 — 양파 껍질과 파 뿌리와 고추씨는 봉투가 다르다
뼈는 그렇다 쳐도 채소는 괜찮지 않냐는 반문이 나온다. 양파 겉껍질, 대파와 미나리 뿌리, 마늘 껍질, 옥수수 껍질과 대, 고추씨. 명절 나물과 전을 준비하면서 도마 위에 수북이 쌓이는 것들이다. 식물이니 썩어서 퇴비가 될 것 같아 음식물 봉투로 간다.
이것들이 종량제 봉투로 가는 이유는 둘이다. 하나는 역시 기계다. 마늘대, 고춧대, 옥수수대, 파 뿌리처럼 질긴 섬유질은 분쇄기에 감긴다. 다른 하나는 사료와 퇴비의 품질이다. 고추씨는 매운 성분이 그대로 남아 사료와 퇴비 품질을 떨어뜨린다. 양파와 마늘 껍질도 같은 목록에 올라 있다. 차를 우린 찌꺼기와 티백, 한약재 찌꺼기도 이 줄에 선다.
서울시가 2022년에 자치구마다 다르던 음식물 쓰레기 기준을 하나로 맞추기 시작했는데, 그때 나온 목록의 절반이 채소 쪽이었다. 그만큼 사람들이 헷갈려 온 자리다. 채소 손질에서 나온 것은 음식물이라는 믿음이 그만큼 널리 퍼져 있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대신 할 일은 손질 단계에서 끝난다. 나물을 다듬고 전 재료를 썰 때 도마 옆에 종량제 봉투를 아예 펴 두고, 껍질과 뿌리와 대는 바로 그리로 넣는다. 다 다듬고 난 뒤에 음식물 봉투에서 다시 골라내는 것보다 훨씬 덜 번거롭다. 손질한 채소의 잎과 속살처럼 먹을 수 있었던 부분만 음식물이다.
식물이라고 다 퇴비가 되는 게 아니다. 질긴 대와 뿌리는 기계에 감기고, 고추씨와 양파 껍질은 사료 품질을 떨어뜨려 종량제 봉투로 간다.
김치와 국물은 어차피 음식이니 그냥 넣어도 된다는 믿음 — 헹구고 짜야 하는 이유는 둘이다
명절 뒷정리에서 제일 무거운 건 남은 국과 찌개, 오래된 김치, 젓갈 찌꺼기다. 국물째 붓고 김치를 통째 넣는 집이 많다. 어차피 음식이고, 어차피 물기 있는 것들이 섞이는 통이니 상관없을 것 같아서다.
첫째 이유는 소금이다. 김치, 된장, 고추장, 젓갈처럼 소금기 많은 음식은 그대로 넣으면 사료와 퇴비의 염분이 올라간다. 그래서 배출 요령마다 이런 것들은 물에 한 번 헹궈서 내놓으라고 한다. 둘째 이유는 무게다. 음식물 쓰레기는 수분이 80% 안팎이다. 국물째 넣으면 봉투 무게 대부분이 물이다.
이 두 번째 이유가 요금으로 돌아온다. 아파트에 있는 카드를 대는 개별 계량기는 무게로 요금을 매긴다. 서울 영등포구 기준으로 1kg에 130원이다. 봉투를 쓰는 곳도 1L에 100원이니 부피가 곧 돈이다. 국물을 그대로 부으면 물값을 내는 셈이다. 물기를 빼고 내놓으면 배출 비용이 준다고 구청 안내에 아예 한 줄로 적혀 있다.
대신 할 일은 체 하나다. 개수대에 체를 걸쳐 두고 국과 찌개 건더기는 거기에 붓는다. 국물은 하수구로, 건더기는 물이 빠진 뒤에 봉투로. 김치와 젓갈 찌꺼기는 그 체에서 물을 한 번 끼얹어 헹군다. 통무, 통배추, 통호박처럼 덩어리째 남은 것은 잘게 잘라 넣는다. 부피가 줄고 분쇄기에도 덜 걸린다.
소금기는 헹구고 물기는 짠다. 요금이 무게와 부피로 매겨지니 국물째 부으면 물값을 내는 셈이다.
연휴엔 수거를 안 하니 아무 때나 내놓아도 된다는 믿음 — 기준도 날짜도 동네마다 다르다
연휴 앞뒤로 흔한 장면이 있다. 수거차가 안 오는 날인 줄 알고 봉투를 며칠 묵히다가, 연휴 마지막 날 밤 아무 시간에나 수거함 앞에 내놓는 것. 그동안 봉투에서 물이 새고 냄새가 올라와도 어쩔 수 없다고 여긴다.
먼저 기준부터가 동네마다 다르다. 앞에서 적은 뼈와 껍질 목록도 서울 안에서조차 구마다 조금씩 달라서 2022년에야 표준안을 만들어 맞추기 시작했다. 다른 시·도는 또 다르다. 이사한 집이라면 전에 살던 동네 기준을 그대로 믿으면 안 된다.
배출 시간도 정해져 있다. 서울 영등포구는 저녁 8시부터 자정까지이고, 공휴일 전날과 토요일은 제외다. 연휴 수거 일정은 더 갈린다. 올해 추석은 9월 14일부터 30일까지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전국 지방정부와 함께 연휴 쓰레기를 특별관리하는 기간으로 잡았는데, 그 안내문에도 일반·음식물·재활용품 배출일은 지방정부마다 다를 수 있으니 거주지 시·군·구 안내를 보라고 되어 있다. 정부가 나서서 통일해 주는 게 아니라 동네가 정한다.
대신 할 일은 연휴 전에 한 번 확인하는 것이다. 구청이나 시청 누리집의 청소 안내에 연휴 수거 일정이 올라온다. 아파트라면 관리사무소 공지가 먼저다. 그걸 보고 연휴 전 마지막 수거일 저녁에 봉투를 한 번 비우고 들어가면, 연휴 동안 나오는 양은 새 봉투 하나로 끝난다. 뼈와 껍데기를 따로 담은 종량제 봉투도 같은 날 같이 내놓는다.
서울 안에서도 구마다 기준이 달라 2022년에야 맞추기 시작했다. 연휴 수거일은 시·군·구와 관리사무소 공지가 정답이다.
정리하면
- 먹던 것이라도 뼈, 생선뼈, 조개·게·달걀 껍데기, 견과 껍데기, 복숭아·감 씨는 종량제 봉투다. 상을 치울 때 그릇 하나를 더 놓고 긁는 방향만 가른다.
- 양파·마늘 껍질, 대파·미나리 뿌리, 고추씨, 옥수수대, 티백과 한약재 찌꺼기도 종량제 봉투다. 손질할 때 도마 옆에 봉투를 펴 두면 끝난다.
- 김치·된장·젓갈은 물에 헹구고, 국과 찌개는 체에 받쳐 건더기만 넣는다. 요금이 무게와 부피로 매겨지니 국물은 물값이다.
- 기준도 배출 시간도 연휴 수거일도 시·군·구마다 다르다. 연휴 전에 구청 청소 안내와 관리사무소 공지를 보고, 마지막 수거일에 한 번 비우고 들어간다.
- 명절 주간이면 음식물 쓰레기가 평소보다 20% 넘게 는다. 가장 확실한 건 양이니, 남을 만큼 만들지 않는 게 앞의 네 가지보다 먼저다.
네 가지 중 셋은 봉투를 바꾸는 일이고 하나는 날짜를 보는 일이다. 어느 것도 새로 배울 게 아니라 손이 가는 방향을 조금 바꾸는 것이다. 상을 치우기 전에 그릇 하나, 도마 옆에 봉투 하나, 개수대에 체 하나. 이 셋만 미리 놓아 두면 명절 뒷정리가 봉투 앞에서 멈추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