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우진 STAMINA, 프로듀스 6위에서 출발한 아홉 해가 새 소속사 첫 앨범에 닿기까지
박우진(PARK WOO JIN) ‘STAMINA’ M/V · 박우진 (PARK WOO JIN)
어제 저녁 여섯 시, 박우진의 새 EP가 풀렸습니다. 제목은 SOLSTICE, 타이틀곡은 STAMINA예요. 음원만 보면 네 곡짜리 미니앨범 하나지만, 달력을 펼쳐 놓으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열일곱 살에 서바이벌 무대에 섰던 사람이 두 팀을 거치고, 올봄 오래 몸담은 회사를 나와 처음 낸 앨범이거든요. 그래서 오늘은 곡을 먼저 듣기 전에 지나온 해를 하나씩 짚어 봤습니다.
시작은 2017년 여름, 순위 발표 무대였습니다
박우진이라는 이름이 처음 널리 불린 건 2017년 프로듀스 101 시즌2 마지막 회입니다. 최종 6위로 데뷔조에 들었어요. 그해 8월 7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워너원이 첫 앨범 1X1=1(TO BE ONE)을 들고 무대에 올랐고, 타이틀곡은 Energetic이었습니다. 데뷔 무대를 돔에서 치른 신인은 흔치 않았죠.
워너원은 처음부터 끝나는 날짜가 정해진 팀이었습니다. 계약은 2018년 12월 31일에 끝났고, 이듬해 1월 하순 고별 콘서트로 활동을 마무리했어요. 1년 반 남짓 동안 박우진은 열한 명 가운데 춤과 랩을 맡는 쪽에 서 있었습니다.
출발점부터 끝나는 날이 정해진 팀이었다.
넉 달 뒤 다시 데뷔했고, 그 팀에서 일곱 해를 보냈습니다
워너원이 해산하고 넉 달쯤 지난 2019년 5월 22일, 박우진은 AB6IX로 두 번째 데뷔를 합니다. 전웅, 김동현, 이대휘와 함께였고 데뷔 앨범 B:COMPLETE의 타이틀곡은 BREATHE였어요. 소속은 브랜뉴뮤직. 워너원에서 함께였던 이대휘와 같은 회사, 같은 팀이 됐습니다.
그룹 활동 사이에 혼자 서는 연습도 했습니다. 2023년 2월 27일 첫 솔로 EP oWn이 나왔어요. AB6IX 멤버 가운데 솔로 앨범을 낸 건 그가 처음이었습니다. 타이틀곡 Top Tier는 808 베이스가 묵직하게 깔린 힙합곡이고, 회사 선배 래퍼 마이노스와 함께 만들면서 가사에도 손을 댔어요. 선공개곡 나를 그리다에는 워너원 시절 동료 김재환이 목소리를 보탰습니다.
그 뒤 2025년 4월 30일에는 싱글 Cool & Hot을 냈습니다. 솔로로 두 번째 결과물이었고, 여기까지가 브랜뉴뮤직에서 나온 솔로 작업입니다.
첫 솔로는 힙합이었고, 가사에 자기 손을 얹으면서 시작했다.
올해 5월, 일곱 해짜리 계약이 끝났습니다
올해 4월 10일 브랜뉴뮤직은 AB6IX의 전속계약이 5월 25일에 끝난다고 알렸습니다. 팀은 5월 23일과 24일 7주년 콘서트 6IX TO SEVEN을 끝으로 잠시 쉬기로 했어요. 그 무대에서도 데뷔곡 BREATHE를 불렀습니다.
6월에는 리더 전웅만 브랜뉴뮤직과 재계약을 맺었고, 회사는 나머지 세 멤버의 새 도전을 돕겠다고 했습니다. 박우진의 다음 소식은 10월 초에야 들렸어요. 새 소속사 파라뮤직이 10월 2일 SOLSTICE 트랙리스트를 걸었고, 파라뮤직에 들어간 뒤 처음 내는 앨범이라고 밝혔습니다.
팀이 쉬는 동안 혼자 새 회사에서 첫 앨범을 꺼냈다.
그래서 STAMINA는 연표의 어디에 놓이나
SOLSTICE는 해가 한 해 가운데 가장 높은 데 닿아 계절이 바뀌는 때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회사를 옮기고 낸 첫 앨범에 이 제목을 붙인 데서 이미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가 보여요. Cool & Hot에서 1년 5개월 남짓 만이고, 수록곡은 네 곡입니다.
타이틀곡 STAMINA는 테크 하우스예요. Top Tier가 808 베이스로 무게를 잡았다면, 이번엔 쉬지 않고 밀어붙이는 하우스 비트 위에 중저음 목소리를 얹었습니다. 한계를 넘어 계속 가겠다는 내용이고, 제목부터가 지치지 않는 힘이죠. 첫 솔로가 '꼭대기까지 가 보겠다'였다면, 이번엔 '오래 버티며 가겠다'로 말이 바뀐 셈입니다.
앨범 전체로 보면 변화가 하나 더 있습니다. 랩과 퍼포먼스를 바탕에 두면서 노래하는 비중을 늘렸어요. R&B 트랙 돌아와는 랩과 보컬을 오가고, 박우진이 혼자 가사를 쓰고 작곡에도 이름을 올렸습니다. 타이틀곡을 포함해 세 곡에 작사로 참여했으니, oWn 때보다 자기 손이 닿은 자리가 넓어졌습니다.
뮤직비디오는 회사 채널이 아니라 박우진 이름으로 된 채널에 올라왔습니다. 2분 39초로 짧고, 발매 다음 날 새벽 조회수는 아직 5천 회를 조금 넘긴 정도예요. 큰 회사의 숫자로 출발하던 때와는 다른 출발선입니다. 이 곡을 어떻게 키워 가는지가 다음 연표의 첫 줄이 되겠죠.
꼭대기를 노리던 첫 솔로에서, 오래 버티겠다는 두 번째 EP로.
이렇게 들으면 더 재미있다
- Top Tier와 STAMINA를 이어서 들어 보세요. 3년 사이 힙합 비트에서 하우스 비트로 바닥이 바뀌었고, 목소리를 쓰는 높이도 달라졌습니다.
- 돌아와는 꼭 같이 들어 볼 만합니다. 앨범에서 박우진이 작곡까지 손댄 곡이라, 타이틀곡보다 지금의 취향이 더 솔직하게 들어 있어요.
- 워너원 Energetic, AB6IX BREATHE, 그리고 STAMINA를 순서대로 틀면 아홉 해가 세 곡에 담깁니다. 단체곡 속 한 파트에서 곡 전체를 혼자 끌고 가는 자리까지 오는 길이 들려요.
곡 하나를 들을 때 그 사람이 어디서 왔는지까지 알 필요는 없습니다. 그래도 STAMINA는 아홉 해를 알고 들으면 제목이 조금 다르게 들리는 곡이에요. 버티겠다는 말이 허세가 아니라 지나온 시간에서 나온 말처럼 들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