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블과 웹이 같은 하늘을 나눠 보고 27개를 찾았다 — 해왕성 너머 5km짜리 얼음 천체 영상, 보고 나면 남는 질문 6가지
Tiny Worlds Discovered by Hubble and Webb · NASA Goddard
화면에는 별 몇 개와 점 하나가 있다. 점은 며칠 사이에 자리를 옮긴다. NASA 고다드가 9월 8일에 올린 2분 39초짜리 영상은 그 점을 따라간다. 해왕성 바깥을 도는 얼음 천체인데, 허블과 웹 두 망원경이 같은 하늘을 동시에 들여다보고 27개를 새로 찾았다. 어떤 것은 지름이 5km 안팎이다. 영상은 짧고 말은 아낀다. 그래서 보고 나면 질문이 남는다.
해왕성 너머 얼음덩이가 뭐길래 망원경 두 대를 붙였나요
해왕성 바깥에는 행성이 되다 만 것들이 남아 있다. 45억 년 전 태양 둘레의 먼지와 자갈이 뭉쳐 도시만 한 덩어리가 됐고, 태양 가까이에서는 그 덩어리들이 다시 뭉쳐 행성이 됐다. 해왕성 너머에서는 두 번째 단계가 일어나지 않았다. 재료가 재료인 채로 얼어붙어 지금까지 돌고 있다.
천문학에서는 이걸 해왕성 바깥 천체, 줄여서 TNO라고 부른다. 명왕성도 여기 든다. 다만 이번 영상이 다루는 건 명왕성 같은 큰 것이 아니라 지름 40km가 안 되는 작은 것들이다. 행성이 어떻게 시작됐는지 알려면 완성품보다 재료를 봐야 하고, 그 재료가 가장 손 안 탄 채로 남은 곳이 거기다.
문제는 어둡다는 것이다. 맨눈으로 보이는 별보다 1억 배 넘게 어둡다. 지상 망원경으로는 지름 50km쯤이 한계였고, 그 아래는 있는 줄은 알아도 셀 수 없었다. 그래서 우주에 떠 있는 망원경 두 대가 한 하늘을 같이 봤다.
해왕성 너머에는 행성이 되다 만 재료가 45억 년째 그대로 얼어 있다.
27개를 찾았다는데 얼마나 작고 얼마나 어두운 건가요

이번에 새로 찾은 27개는 전부 지름 40km 이하다. 가장 작은 것은 5km 안팎으로, 산 하나 크기다. 지상에서 가장 예민한 망원경이 잡을 수 있는 것보다 다섯 배 작다. 크기는 직접 잰 게 아니라 밝기에서 거꾸로 계산한 값이라, 표면이 빛을 얼마나 되돌려보내느냐를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10km 가까이로도 읽힌다.
얼마나 어두운지는 영상보다 논문 설명이 실감 난다. 가장 희미한 것은 지구에 서서 달 표면 위의 반딧불이 떼를 보는 것과 같다. 웹 망원경이 한 번에 612초씩 빛을 모으고, 그것도 닷새쯤 간격을 두고 세 번을 겹쳐 봐야 겨우 드러나는 밝기다.
그 정도 어두운 점은 노이즈와 구분이 안 된다. 그래서 천체가 움직일 만한 방향으로 화면을 조금씩 밀어 겹치는 방법을 썼고, 그래도 남는 가짜 신호는 기계학습으로 걸러냈다. 27개는 그 체를 통과하고 남은 숫자다.
가장 작은 것은 지름 5km 안팎. 지상 망원경 한계보다 다섯 배 작다.
허블과 웹이 같은 하늘을 어떻게 나눠 봤나요
찾는 일은 웹이 했다. 근적외선 카메라로 파장 1~4마이크로미터 대역을 봤는데, 이 천체들은 차갑고 붉어서 가시광보다 적외선에서 더 잘 잡힌다. 훑은 하늘은 0.05제곱도다. 보름달 면적의 4분의 1쯤 되는 좁은 구멍을 아주 깊게 판 셈이다.
색을 재는 일은 허블이 맡았다. 웹이 점을 찍어 주면 허블이 같은 자리를 가시광으로 다시 봤다. 웹이 잡은 것 가운데 허블 화면에 들어온 14개 중 13개를 되찾았고, 그 13개는 가시광부터 적외선까지 0.35~3.2마이크로미터에 걸쳐 밝기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얻었다.
색이 왜 중요하냐면, 이 거리에서는 표면을 직접 볼 방법이 없어서다. 물얼음이 많은지, 이산화탄소 얼음인지, 유기물이 덮였는지는 파장별 밝기 비율로만 구분한다. 가시광 하나만으로도, 적외선 하나만으로도 안 되고 둘을 같은 천체에 겹쳐야 지문이 된다.
웹이 적외선으로 찾고, 허블이 가시광으로 색을 쟀다. 둘을 겹쳐야 표면 지문이 나온다.
차가운 천체와 뜨거운 천체는 온도 얘기인가요
아니다. 영상에서 두 집단으로 나누는 기준은 온도가 아니라 궤도다. 태양계 원반과 같은 평면에서 거의 원에 가깝게 도는 것들을 역학적으로 차갑다고 부르고, 길쭉한 타원 궤도로 원반 위아래를 넘나드는 것들을 뜨겁다고 부른다. 움직임이 얌전한지 거친지를 말하는 표현이다.
두 집단은 태어난 자리가 다르다. 차가운 쪽은 지금 자리에서 생겨 그대로 있다. 뜨거운 쪽은 원래 천왕성과 해왕성 사이에서 만들어졌다가, 태양계 초기에 거대 행성들이 자리를 옮기면서 바깥으로 밀려났다. 그래서 궤도가 흐트러져 있다.
이번 관측은 이 둘을 같은 화면에서 같은 방법으로 봤다는 데 뜻이 있다. 태어난 곳이 다른 두 집단을 같은 잣대로 재면, 어디서 태어났느냐가 크기와 색에 무엇을 남겼는지 비교할 수 있다.
차갑다·뜨겁다는 온도가 아니라 궤도가 얌전한지 거친지를 가리킨다.
작은 천체가 큰 천체와 색이 같다는 게 왜 놀랍나요

예상은 달랐기 때문이다. 45억 년 동안 부딪히고 깨졌으면 작은 조각일수록 속살이 드러나 있어야 한다. 큰 천체는 표면이 오래 묵은 채로 남고, 작은 파편은 새 단면을 내보이니 색이 달라야 맞다. 이 천체들과 비슷한 처지인 목성 트로이 소행성군에서는 실제로 그런 흔적이 보인다.
그런데 13개의 색은 그러지 않았다. 차가운 집단은 지름 80~700km짜리 큰 천체를 조사했을 때처럼 좁은 범위에 모여 있었고, 뜨거운 집단은 큰 것들처럼 물얼음형부터 이산화탄소형, 유기물형까지 넓게 퍼져 있었다. 궤도 기울기와 색의 관계까지 큰 천체와 같은 모양으로 나왔다. 크기에 따라 색이 달라지는 경향은 없었다.
북애리조나대학의 아나스타샤 모건은 이걸 두고 작은 천체들이 만들어진 내력을 기억하고 있다고 표현했다. 해석은 둘 중 하나다. 충돌이 생각보다 드물었거나, 충돌을 겪고도 원래 표면 성분을 어떻게든 지켰거나. 어느 쪽인지는 아직 못 가렸다.
깨진 조각이면 색이 달라야 하는데, 5km짜리도 700km짜리와 같은 색 규칙을 따랐다.
작은 천체가 예상보다 적다는 건 무슨 뜻인가요
웹의 자료로는 크기별로 몇 개가 있는지도 셀 수 있었다. 어두운 쪽으로 갈수록 개수가 늘어나는 기울기를 재 보니, 차가운 집단과 뜨거운 집단이 같은 기울기로 나왔다. 빅토리아대학의 마리엘 에두아르도가 놀란 지점이 여기다. 원반이 뜨겁든 차갑든, 빽빽하든 성기든 덩어리가 뭉치는 과정은 같은 크기 분포를 내놓는다는 뜻이다.
그리고 아주 작은 것은 일부 행성 형성 모델이 내놓은 예측보다 적었다. 작은 덩어리가 잔뜩 있고 그것들이 뭉쳐 큰 덩어리가 된다는 그림이라면 작은 것이 더 많아야 한다. 적다는 건 처음부터 어느 정도 크기로 한꺼번에 뭉쳤거나, 작은 것들이 어디론가 사라졌거나다.
영상은 여기서 답을 내지 않는다. 다만 앞 질문과 이어 보면 방향은 보인다. 작은 천체의 색이 큰 천체와 같고 개수도 생각보다 적다면, 지금 남은 작은 것들은 큰 것이 깨져 생긴 파편이 아니라 처음부터 그 크기로 태어난 원본일 가능성이 커진다. 지구를 만든 재료가 어떤 크기로 시작됐는지에 대한 힌트다.
두 집단의 크기 분포가 같고, 작은 것은 모델 예측보다 적었다.
영상에서 볼 만한 곳
- 도입부의 어두운 화면에서 며칠 간격으로 자리를 옮기는 점 하나 — 이게 찾는 방법의 전부다
- 해왕성 바깥에서 먼지가 덩어리로 뭉치다 멈추는 장면 — 행성이 되다 만 재료라는 말을 그림으로 보여 준다
- 허블과 웹이 같은 하늘을 향해 나란히 놓이는 컷 — 가시광과 적외선을 겹쳐야 하는 이유
- 큰 천체와 작은 천체가 같은 색으로 늘어서는 마지막 장면 — 이 영상의 결론이 여기 있다
2분 39초짜리 영상이 보여 주는 건 점 하나가 움직이는 장면뿐이다. 그 점이 지름 5km짜리 얼음덩이고, 45억 년 전 표면을 그대로 갖고 있으며, 그런 것이 생각보다 적다는 것까지가 이번에 알게 된 것이다. 영상을 한 번 보고 이 여섯 질문을 들고 다시 보면 같은 점이 다르게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