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가계대출 2조 6000억 원 — 신용대출은 넉 달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는데 주담대 칸만 4조 3000억 원으로 커졌습니다
9월 둘째 주 수요일 아침, 정부서울청사 회의실에 은행 다섯 곳과 보험·저축은행·상호금융 협회, 한국은행과 국토교통부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탁자 위에 놓인 표는 한 장입니다. 8월 한 달 동안 온 나라 가계가 금융권에서 새로 빌린 돈, 2조 6000억 원. 한 달 전에는 6조 4000억 원이었으니 절반 아래로 꺾였습니다. 그런데 같은 표 안에서 주택담보대출 칸은 4조 3000억 원으로 오히려 부풀었고, 신용대출 칸은 마이너스로 돌아섰습니다. 방향이 서로 다른 숫자들이 한 장에 들어 있어서, 하나씩 옆에 견줄 것을 붙여 봤습니다.
이 표에서 가져갈 숫자는 여섯 개입니다

2조 6000억 원. 8월 한 달 동안 은행과 제2금융권을 합친 전 금융권에서 가계대출이 늘어난 금액입니다. 7월에는 6조 4000억 원이었고, 1년 전 8월에는 4조 8000억 원이었습니다. 어느 쪽과 견줘도 작습니다.
4조 3000억 원. 그중 주택담보대출이 늘어난 몫입니다. 7월 3조 6000억 원보다 7000억 원 커졌습니다. 은행이 3조 5000억에서 4조 원으로, 제2금융권이 1000억에서 3000억 원으로, 양쪽 다 늘었습니다.
마이너스 1조 7000억 원.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같은 기타대출입니다. 7월에는 2조 8000억 원 늘었는데 8월에는 줄었습니다. 넉 달 만에 처음 나온 감소입니다. 신용대출만 따로 보면 2조 1000억 원 증가에서 5000억 원 감소로 방향이 바뀌었습니다.
3조 4000억 원. 은행권만 떼어 본 가계대출 증가폭입니다. 6월 7조 6000억, 7월 5조 5000억, 8월 3조 4000억. 두 달 연속 줄었습니다. 8월 말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1198조 3000억 원이고, 그중 주택담보대출이 952조 5000억 원입니다.
38조 원.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전 금융권 가계대출이 늘어난 누계입니다. 2025년 한 해 동안 늘어난 금액이 정확히 38조 원이었습니다. 여덟 달 만에 작년 열두 달치를 따라잡았습니다.
증가폭은 꺾였는데 누계는 작년치를 이미 채웠고, 전체가 줄어드는 동안 주택담보대출만 커졌습니다. 이 어긋남이 8월 표의 전부입니다. 숫자마다 비교 기준을 하나씩 붙여 보겠습니다.
2조 6000억, 4조 3000억, −1조 7000억, 3조 4000억, 1198조 3000억, 그리고 38조. 여섯 숫자가 한 장에 같이 들어 있습니다.
2조 6000억은 지난달의 절반도 안 되지만, 올해 누계는 이미 작년 한 해치입니다
2조 6000억 원이 작은 숫자로 보이는 건 바로 앞 세 달이 유난히 컸기 때문입니다. 올해 월별 증가폭을 늘어놓으면 2월 2조 9000억, 3월 3조 5000억, 4월 3조 5000억이었습니다. 그러다 5월에 9조 3000억 원으로 뛰었습니다. 6월 8조 3000억, 7월 6조 4000억을 거쳐 8월에 2조 6000억 원까지 내려온 겁니다. 봄 수준으로 돌아왔다고 보면 됩니다.
그런데 여덟 달을 다 더하면 38조 원입니다. 2023년 한 해 전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폭이 10조 1000억 원, 2024년이 41조 6000억 원, 2025년이 38조 원이었습니다. 올해는 8월에 이미 작년 연간치에 닿았습니다. 남은 넉 달이 8월처럼 2조 원대로 가도 연말에는 2024년 수준을 넘습니다.
5월이 왜 그렇게 컸는지는 두 칸이 설명합니다. 그달 주택담보대출이 4조 원, 기타대출이 5조 3000억 원 늘었습니다. 기타대출 5조 3000억은 올해 어느 달보다 큰 숫자입니다. 주식시장이 달아오르면서 빌려서 투자하는 돈이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으로 몰렸던 때입니다.
8월의 2조 6000억 원은 그 5조 3000억이 마이너스 1조 7000억으로 뒤집히면서 만들어진 숫자입니다. 주택담보대출 칸만 놓고 보면 5월 4조, 6월 4조 5000억, 7월 3조 6000억, 8월 4조 3000억으로 넉 달 내내 4조 원 언저리를 지켰습니다. 전체 증가폭을 끌어내린 건 집 사는 돈이 아니라 그 밖의 돈이었습니다.
2월 2조 9000억에서 5월 9조 3000억까지 치솟았다가 6월 8조 3000억, 7월 6조 4000억, 8월 2조 6000억으로 내려왔습니다. 그래도 1~8월 합계는 38조 원입니다.
4조 3000억은 5월에 집을 산 사람들의 잔금이 8월에 찍힌 숫자입니다
주택담보대출 4조 3000억 원에 붙일 비교 기준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7월의 3조 6000억 원. 둘째, 최근 5년 월평균 1조 9000억 원. 셋째, 최근 5년 9월 평균 2조 9000억 원. 어느 기준을 대도 8월은 큽니다. 5년 평균의 두 배가 넘습니다.
이 돈이 어디서 왔는지는 몇 달 전 거래 통계에 적혀 있습니다. 5월 9일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가 끝났습니다. 그 전에 팔려는 매물이 쏟아지면서 전국 주택 매매거래량이 4월 7만 호, 5월 6만 6000호, 6월 6만 9000호로 이어졌습니다. 수도권 아파트만 보면 5월 2만 9000호, 6월 3만 호였습니다. 계약하고 두세 달 뒤에 잔금을 치르니, 그 대출이 8월 표에 찍힌 겁니다.
입주 물량도 같은 방향으로 밀었습니다. 전국 주택 준공 물량이 5월 1만 3000호, 6월 1만 6000호였다가 7월에 3만 2000호로 두 배가 됐습니다. 새 아파트에 들어가면서 받는 잔금대출이 은행 집단대출 칸을 7월 9000억에서 8월 1조 2000억 원으로 키웠습니다.
은행 주택담보대출 4조 원을 쪼개면 그림이 더 또렷합니다. 은행이 자체 재원으로 내준 대출이 2조 9000억, 디딤돌·버팀목 같은 정책대출이 1조 1000억, 보금자리론 쪽은 1000억 원 줄었습니다. 은행 자체 대출 안에서는 일반 주담대가 2조, 집단대출이 1조 2000억이고, 전세대출은 4000억 원 감소했습니다. 전세대출은 여러 달째 마이너스입니다.
그러니까 8월 주택담보대출은 8월에 새로 결심한 사람들의 돈이라기보다, 5월과 6월에 계약한 사람들과 7월에 입주한 사람들의 돈입니다. 이 흐름은 9월에도 남습니다. 가을 이사철 수요가 붙고, 이주비·중도금·잔금대출을 따로 관리하기로 한 8월 13일 대책의 영향도 겹칩니다. 최근 5년 9월 평균 2조 9000억 원을 넘느냐가 다음 달 볼 지점입니다.
최근 5년 월평균 주담대 증가폭은 1조 9000억 원입니다. 8월 4조 3000억은 그 두 배가 넘습니다. 7월 전국 주택 준공 물량 3만 2000호가 잔금대출로 이어졌습니다.
제일 이례적인 칸은 마이너스 1조 7000억입니다

기타대출 마이너스 1조 7000억 원이 이번 표에서 가장 눈에 걸리는 칸입니다. 올해 흐름을 보면 1월 마이너스 1조 6000억, 2월 마이너스 1조 2000억으로 시작해 3월 5000억, 4월 마이너스 2조, 5월 5조 3000억, 6월 3조 8000억, 7월 2조 8000억이었습니다. 5월에 튀어 오른 뒤 석 달 동안 계단처럼 내려오다가 8월에 물밑으로 들어갔습니다.
방향을 바꾼 건 세 가지가 겹친 결과입니다. 주식시장 열기가 식으면서 빌려서 투자하던 돈이 빠졌고, 은행들이 신용대출 한도를 스스로 조이는 자율관리에 들어갔고, 금리가 올랐습니다. 한국은행은 7월에 기준금리를 2.50%에서 2.75%로, 8월 27일에 다시 3.00%로 올렸습니다. 두 달 연속 인상입니다. 은행이 새로 내준 주택담보대출의 가중평균금리도 5월 4.32%, 6월 4.36%, 7월 4.48%로 올라왔습니다.
제2금융권을 보면 같은 방향이 더 넓게 퍼져 있습니다. 8월 제2금융권 가계대출은 8000억 원 줄었습니다. 7월에는 9000억 원 늘었었습니다. 보험이 7000억 증가에서 3000억 감소로, 카드·캐피털 같은 여신전문사가 3000억 증가에서 3000억 감소로 돌아섰습니다. 저축은행은 5000억에서 3000억 증가로 폭이 줄었고, 상호금융은 6000억 감소에서 5000억 감소로 조금 덜 줄었습니다. 네 업권 중 세 곳이 뒷걸음쳤습니다.
가계 쪽이 이렇게 움츠리는 동안 기업 쪽은 반대로 움직였습니다. 8월 은행 기업대출은 9조 7000억 원 늘어 7월 7조 7000억 원보다 커졌습니다. 잔액은 1430조 8000억 원입니다. 같은 은행 창구에서 가계 칸은 3조 4000억, 기업 칸은 9조 7000억이 늘었으니 세 배 가까운 차이입니다.
정리하면 8월 가계대출 표는 두 개의 힘이 반대로 당긴 결과입니다. 집을 사고 입주하는 돈은 예전 계약분이 밀려 들어오며 4조 원대를 지켰고, 그 밖의 돈은 금리와 은행 관리에 눌려 넉 달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습니다. 그리고 두 힘이 상쇄된 뒤에도 올해 누계는 이미 작년 한 해와 같은 38조 원입니다.
기타대출은 5월 5조 3000억, 6월 3조 8000억, 7월 2조 8000억으로 줄다가 8월에 마이너스 1조 7000억이 됐습니다. 신규 주담대 금리는 5월 4.32%에서 7월 4.48%로, 기준금리는 두 달 연속 올라 3.00%가 됐습니다.
핵심만 다시 보기
- 8월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2조 6000억 원 늘었습니다. 7월 6조 4000억 원, 작년 8월 4조 8000억 원보다 작습니다. 은행권만 보면 3조 4000억 원으로 두 달 연속 줄었고, 잔액은 1198조 3000억 원입니다.
- 주택담보대출은 4조 3000억 원으로 7월 3조 6000억 원보다 커졌습니다. 최근 5년 월평균 1조 9000억 원의 두 배가 넘습니다. 5월 9일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전 거래와 7월 준공 3만 2000호의 잔금대출이 8월에 실행됐습니다.
- 기타대출은 1조 7000억 원 줄어 넉 달 만에 감소로 돌아섰습니다. 신용대출은 2조 1000억 증가에서 5000억 감소로 바뀌었습니다. 기준금리는 7월 2.75%, 8월 27일 3.00%로 두 달 연속 올랐습니다.
- 제2금융권은 8000억 원 줄었습니다. 보험과 여신전문사가 감소로 돌아섰고, 상호금융도 5000억 원 줄었습니다. 반면 은행 기업대출은 9조 7000억 원 늘었습니다.
- 1~8월 누계는 38조 원으로 2025년 한 해 증가폭과 같습니다. 9월은 이사철 수요와 집단대출 별도 관리가 겹치는 달이라, 최근 5년 9월 평균 2조 9000억 원을 주담대가 넘는지가 다음 볼 지점입니다.
가계대출 표는 한 달 숫자보다 그 숫자가 어느 달의 결정에서 왔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8월의 4조 3000억 원은 5월의 계약과 7월의 입주가 만든 숫자였습니다. 그렇다면 9월 표에는 8월 13일 대책 이후의 결정이 처음으로 찍힙니다. 주택담보대출이 5년 9월 평균 2조 9000억 원 아래로 내려오는지, 기타대출 마이너스가 두 달째 이어지는지. 다음 달 같은 자리에서 볼 칸은 이 둘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