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ECHANGSUB 이창섭 - '사계, 그리고 너' M/V · fantagio 판타지오

아티스트  이창섭 (LEECHANGSUB)  사계, 그리고 너앨범  미니 3집 Lee;Make (Fragmenta Amoris)공개  2026-09-15

어제 저녁 6시, 이창섭의 세 번째 미니앨범이 열렸습니다. 같은 시각 청계천 광장에서는 20분 뒤 시작하는 스페셜 공연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요. 지난해 10월 22일 '주르르'가 나온 뒤 열한 달 가까이 지났으니, 두 타이틀곡을 나란히 놓기에 딱 좋은 거리입니다. 비 오던 노래에서 계절이 네 번 도는 노래까지, 무엇이 바뀌고 무엇이 그대로인지 하나씩 봅니다.

두 곡을 한 줄에 놓으면 이렇게 보입니다

먼저 '주르르'. 2025년 10월 22일 저녁 6시, 미니 2집 '이별, 이-별'의 타이틀곡으로 나왔습니다. 러닝타임 4분 50초. 작사와 작곡이 모두 초록병본부 한 이름으로 걸려 있는데, 이무진이 다른 가수에게 곡을 줄 때 쓰는 예명입니다. 앨범엔 린과 부른 듀엣 '사랑, 이별 그 사이', 서동환이 쓴 '처음처럼', 'ENDAND', 'Spotlight'까지 다섯 곡이 실렸어요.

다음은 '사계, 그리고 너'. 2026년 9월 15일 저녁 6시, 미니 3집 'Lee;Make (Fragmenta Amoris)'의 타이틀곡입니다. 러닝타임 3분 53초. 작사·작곡에 우영롱과 클리어파일 팀의 윤쾌진·이형은·최상언 네 사람이 이름을 올렸고, 편곡엔 전유준이 더 붙었습니다. 앨범은 이번에도 다섯 곡. '영화 같은 이야기', 윤종신이 만든 '또 사랑이라니', '이름 없는 별', '초록별'이 함께 실렸어요.

간격은 열 달 스무나흘. 그 사이에 비투비 여섯 명이 3년 만에 다시 모여 부른 '우리 다시'(3월 21일)가 있었고, 4월 23일엔 유해준이 쓴 솔로 싱글 '우리들의 동화'가 나왔습니다. 그러니까 미니앨범 사이가 비어 있던 건 아닙니다. 다만 '이창섭의 타이틀곡'이라는 자리는 열한 달 만에 다시 채워진 셈이에요.

숫자로 하나만 더. '주르르' 뮤직비디오는 열한 달 동안 370만 회를 쌓았습니다. '사계, 그리고 너' 뮤직비디오는 공개 첫날 밤을 지나 2만 6천 회 남짓이고요. 당연히 비교할 단계는 아니지만, 출발선이 어디였는지는 적어 둘 만합니다.

4분 50초에서 3분 53초로, 한 사람의 예명에서 다섯 사람의 이름으로. 표에 적히는 것부터 달라졌습니다.

빗소리 하나로 밀던 곡이, 계절 네 개를 펼쳐 놓았어요

'주르르'는 제목이 곧 소리입니다. 떠난 사람의 빈자리를 빗소리에 얹은 발라드인데, 후렴에서 그 의성어를 몇 번이고 되풀이하면서 곡 전체를 하나의 이미지로 묶어요. 비가 그치고 기억이 스쳐도 그대로 남는 마음, 그걸 4분 50초 동안 한 장면으로 붙들고 갑니다. 이무진이 쓴 곡답게 멜로디는 아련한데 리듬은 착 붙어서, 발라드인데도 입에 남는 훅이 있었죠.

'사계, 그리고 너'는 반대로 장면을 넷으로 쪼갭니다. 봄의 온기에서 소리 없이 눈이 쌓이는 겨울까지, 계절이 몇 번 바뀌어도 그 한가운데 남아 있는 '우리'를 노래해요. 후렴은 앞 곡보다 훨씬 담백하게, 긴 시간이 흐른 뒤에도 잠깐이면 되니 자기를 떠올려 달라는 부탁으로 맺습니다. 되풀이되는 의성어 대신 '너와 나의 계절'이라는 말이 후렴을 끌고 가요.

소리도 그에 맞춰 옮겨 갔습니다. '주르르'는 한 사람이 쓰고 한 사람이 편곡까지 잡은 곡이라 색이 한 방향으로 진했다면, 이번 곡은 클리어파일 팀이 나눠 만든 곡이라 층이 여럿이에요. 묵직한 중저음으로 시작해서 고음으로 열리는 구간까지, 이창섭 목소리가 오갈 수 있는 폭을 계절 따라 하나씩 보여 주는 식입니다. 러닝타임이 1분 가까이 짧아진 것도 그래서 답답하지 않아요. 네 계절을 도는데 4분이 안 걸립니다.

앨범 단위로 보면 차이가 더 또렷합니다. '이별, 이-별'은 제목부터 중의적이었어요. 이별의 공허함과, 이 별의 빛남을 한 단어에 겹쳐 놓고 이별 뒤의 희망까지 가는 앨범이었죠. 'Lee;Make'는 리메이크가 아니라 '이창섭이 만든다'는 말장난을 앨범 이름으로 삼았습니다. 사계절 안에 흩어진 기억 조각을 주워 모은다는 콘셉트인데, 부제 Fragmenta Amoris가 그 뜻이에요. 사랑의 조각들.

비 한 줄기로 곡 전체를 붙들던 방식에서, 계절 넷을 차례로 지나며 목소리의 폭을 보여 주는 방식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런데 바뀌지 않은 것도 분명합니다

첫째, 앨범 다섯 곡에 발라드가 한가운데 있다는 것. 두 앨범 모두 멜론 장르 표기가 발라드와 록으로 같고, 타이틀곡은 둘 다 정통 발라드입니다. 이창섭이 솔로로 어디에 서 있는지는 한 번도 흔들린 적이 없습니다.

둘째, 다른 사람의 이름을 앨범 안으로 끌어오는 방식. 지난 앨범엔 린과 서동환과 이무진이 들어왔고, 이번엔 윤종신이 들어왔습니다. 그것도 갑자기가 아니에요. 2월 27일 '월간 윤종신' 2월호 '녀석'을 이창섭이 불렀고, 그 인연이 8월 25일 선공개곡 '또 사랑이라니'로 이어졌습니다. 윤종신이 가사를 쓰고 이근호와 작곡한 곡인데, 라이브 클립이 벌써 50만 회 가까이 됐어요. 타이틀곡보다 먼저 앨범의 문을 연 곡이니 함께 들어야 이번 앨범이 제대로 보입니다.

셋째, 무대로 바로 이어진다는 것. 지난해엔 팬미팅과 전국투어 'EndAnd'가 뒤따랐고, 이번엔 10월 16일부터 사흘간 경희대 평화의전당에서 시작하는 투어 'Unknown'이 부산·수원·전주·울산·대구·고양으로 이어집니다. 어제 청계천 광장 공연은 그 앞에 붙은 예고편이었던 셈이고요.

그러니 이번 곡은 '방향을 튼 곡'이라기보다 '폭을 넓힌 곡'으로 듣는 게 맞습니다. 빗소리 하나를 끝까지 파고들던 사람이, 이번엔 계절 넷을 천천히 지나가 보기로 한 거예요. 목소리는 같은데 보여 주는 면이 늘었습니다.

발라드라는 자리, 남의 이름을 앨범 안에 들이는 습관, 무대로 이어지는 순서. 이 셋은 지난 앨범에서 그대로 넘어왔습니다.

이렇게 들으면 더 재미있다

  • '주르르'를 먼저 한 번 듣고 넘어오세요. 앞 곡 후렴에서 의성어가 몇 번 되풀이되는지 세어 보면, 이번 곡 후렴이 얼마나 말수를 줄였는지가 바로 잡힙니다.
  • '사계, 그리고 너'는 후렴이 두 번 돌 때 '계절'이 '겨울'로 바뀌는 자리가 있습니다. 같은 멜로디 위에서 단어 하나만 바뀌는 그 구간을 찾아 보세요. 목소리 톤이 함께 바뀌는지가 이 곡의 재미예요.
  • 타이틀곡 다음엔 '또 사랑이라니'를 이어 들어 보세요. 윤종신이 쓴 곡이 앨범에서 어디쯤 놓여 있는지, 이별 뒤에 다시 오는 사랑이라는 자리가 타이틀곡의 기억과 어떻게 맞물리는지 보입니다.

앨범 이름이 '이창섭이 만든다'는 뜻이니, 이번 다섯 곡은 그 선언의 첫 장에 가깝습니다. 비 한 줄기에서 계절 넷으로 넓어진 타이틀곡은 그 선언을 소리로 옮긴 셈이고요. 10월 투어에서 두 곡이 한 세트리스트에 나란히 서면, 그때 이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 다시 재 볼 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