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원 내면 13만원 돌아온다는 말은 낼 세금이 있을 때 얘기입니다 — 고향사랑기부를 두고 도는 말 네 가지
토요일 아침 양재 aT센터 앞에 줄이 섰습니다. 전국 지자체 예순 곳이 한우와 사과, 감귤 같은 답례품을 들고 올라와 부스를 차렸고, 자리에서 바로 기부하면 그 자리에서 답례품을 고르는 행사입니다. 줄 선 사람들 사이에서 오가는 말이 대개 비슷합니다. 10만원 내면 13만원이 돌아온다더라, 올해부터는 20만원을 내도 손해가 없다더라, 우리 고향에만 되는 거 아니냐, 어차피 12월에 몰아서 하면 된다더라. 넷 중 둘은 맞고, 하나는 조건이 붙고, 하나는 틀렸습니다.
13만원은 맞는 숫자인데, 그중 10만원은 내 세금에서 빼 주는 돈이다

10만원을 기부하면 10만원 전액을 세액공제로 돌려받고, 기부금의 30%인 3만원어치 답례품 포인트를 따로 받습니다. 합쳐서 13만원. 여기까지는 맞습니다. 정확히는 소득세에서 9만 909원, 지방소득세에서 9090원을 빼 주는 구조입니다.
문제는 '빼 준다'는 말의 뜻입니다. 세액공제는 내가 낼 세금에서 그만큼을 깎아 주는 방식입니다. 그러니 깎을 세금이 없으면 깎이는 것도 없습니다. 고향사랑e음 안내문도 이 대목을 따로 적어 두었습니다. 산출세액 기준이라 공제받을 세액이 없으면 기부해도 공제액이 없을 수 있다고요. 소득이 없는 학생이나 전업주부, 소득세를 내지 않는 은퇴자라면 10만원을 내고 손에 남는 건 3만원어치 포인트뿐입니다.
남은 공제를 내년으로 넘기는 것도 안 됩니다. 이월공제를 적용하지 않는다고 못 박혀 있습니다. 배우자 명의로 몰아서 받는 것도 안 됩니다. 세액공제는 기부자 본인에 한합니다. 그러니 부부가 각자 10만원씩 내는 편이 한 사람이 20만원을 내는 것보다 낫습니다. 물론 둘 다 낼 세금이 있을 때 얘기입니다.
절차는 손이 덜 갑니다. 기부 정보가 국세청 홈택스로 넘어가 전자기부금영수증이 자동으로 만들어지고,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에 잡힙니다. 기부 뒤 한두 달 걸립니다. 다만 간소화 화면에는 소득세 몫만 표시되고 지방소득세 몫은 따로 보이지 않으니, 9만 909원만 찍혀 있다고 당황할 일은 아닙니다.
10만원 전액 공제는 낼 세금이 있는 사람에게만 돌아갑니다. 이월도 안 되고 본인 몫만 됩니다.
올해부터 20만원 내면 20만 4000원이 돌아온다는 말은 맞다
작년까지는 10만원을 넘는 순간 공제율이 뚝 떨어졌습니다. 10만원까지 100%, 그 위로는 16.5%. 그래서 20만원을 내면 세액공제 11만 6500원에 답례품 6만원을 더해 17만 6500원이 돌아왔습니다. 낸 돈의 88%였고, 그래서 다들 10만원에서 멈췄습니다. 지난해 기부 139만 건 가운데 10만원 이하가 98%였던 이유입니다.
올해 기부분부터 그 벽에 계단이 하나 생겼습니다. 10만원 초과 20만원 이하 구간에 44%를 새로 적용합니다. 20만원을 내면 10만원에 4만 4000원을 더한 14만 4000원이 공제되고, 답례품 포인트 6만원이 붙습니다. 20만 4000원. 낸 돈보다 4000원이 많습니다. 손해가 없다는 말은 이 계산에서 나왔고, 숫자는 맞습니다.
20만원을 넘는 부분은 그대로입니다. 여전히 16.5%입니다. 100만원을 내면 10만원, 4만 4000원, 그리고 80만원의 16.5%인 13만 2000원을 합쳐 27만 6000원이 공제됩니다. 답례품 30만원어치를 더해도 57만 6000원이니 낸 돈의 절반을 조금 넘깁니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곳에 선포일로부터 석 달 안에 내면 그 구간이 33%로 올라가 100만원 기준 40만 8000원이 됩니다.
'내년에는 더 준다'는 말도 같이 돕니다. 8월 초 세제개편안에 비수도권 지자체 우대가 들어갔습니다. 10만원 초과 20만원 이하는 55%, 20만원 초과는 27.5%로 올리고 내년 1월 1일 이후 기부분부터 적용한다는 내용입니다. 다만 이건 정부안입니다. 국회를 거쳐야 확정되고, 올해 기부에는 어느 쪽이든 해당이 없습니다.
2026년 기부분부터 10만원 초과 20만원까지 44%입니다. 20만원을 내면 세액공제와 포인트를 합쳐 20만 4000원이 돌아옵니다.
고향에만 낼 수 있다는 말은 이름이 만든 오해다

제도 이름에 고향이 들어가지만 태어난 곳과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기부할 수 없는 곳은 딱 하나, 지금 주민등록이 돼 있는 지역입니다. 그것도 광역과 기초를 둘 다 뺍니다. 서울 마포구에 산다면 마포구와 서울특별시에는 못 내고, 나머지 전국 어디든 됩니다. 부산에 살면서 강원도 어느 군에 내도 되고, 가 본 적 없는 섬에 내도 됩니다.
한 곳에 몰아서 낼 필요도 없습니다. 여러 지자체에 나눠 낼 수 있고, 세액공제는 연간 합계로 계산합니다. 한도는 1인당 한 해 2000만원. 작년에 500만원에서 올렸습니다. 낼 수 있는 건 개인뿐이고 법인은 안 됩니다.
답례품은 기부한 곳의 것만 고를 수 있습니다. 포인트가 지자체별로 따로 쌓이고, 남에게 넘길 수 없고, 5년 안에 쓰면 됩니다. 5년이 지나면 사라지고 회원을 탈퇴해도 사라집니다. 그러니 오늘 기부하고 답례품은 김장철에 골라도 됩니다. 어느 사업에 쓸지 골라서 내는 지정기부도 있는데, 세액공제 조건은 일반 기부와 똑같습니다.
내는 창구는 세 갈래입니다. 고향사랑e음 누리집, 전국 농협은행과 농축협 창구 5900여 곳, 그리고 은행 앱과 민간 기부 플랫폼입니다. 어디서 내든 국세청으로 넘어가는 건 같습니다.
주민등록 주소지의 광역·기초 지자체만 빼고 전국 어디든 낼 수 있습니다. 여러 곳에 나눠 내도 됩니다.
12월에 몰아서 해야 유리하다는 말은 근거가 없다
지난해 모금액 1515억원 가운데 770억원, 절반이 넘는 50.9%가 12월에 들어왔습니다. 연말정산 앞두고 한꺼번에 몰린 겁니다. 그러다 보니 12월에 해야 뭔가 더 있는 것처럼 들리는데, 없습니다. 그해 12월 31일까지 낸 기부금이 그해 연말정산에 들어갈 뿐, 1월에 내나 12월에 내나 공제액은 같습니다.
오히려 미리 내는 쪽이 편합니다. 영수증이 홈택스에 잡히기까지 한두 달 걸리니 12월 말에 내면 1월 간소화 자료에 바로 안 보일 수 있습니다. 답례품도 인기 품목은 연말에 몰립니다. 지난해 판매액 1위가 광주 남구 한우 등심 8억 3000만원, 그 뒤가 영주 사과와 제주 감귤·흑돼지 세트였습니다.
모금액이 2023년 651억원, 2024년 879억원, 2025년 1515억원으로 매년 커진 데는 산불과 호우를 겪으며 커진 공동체 의식, 은행 앱과 민간 플랫폼으로 넓어진 창구가 같이 작용했습니다. 기부자의 30%가 30대, 28%가 40대입니다. 월급에서 소득세를 떼는 사람들, 그러니까 첫 번째 조건을 채운 사람들이 주로 냅니다.
이번 주말 양재 행사장에는 세무 상담 부스도 있습니다. 내가 낼 세금이 있는지, 얼마까지 내야 손해가 없는지 물어보고 결정해도 늦지 않습니다. 12월까지 석 달 남았고, 서두를 이유는 답례품 재고 말고는 없습니다.
기부 시기는 공제액과 무관합니다. 12월에 몰리는 건 관성일 뿐이고, 미리 내면 영수증도 답례품도 여유가 있습니다.
핵심만 다시 보기
- 10만원 기부에 13만원 혜택은 맞지만, 세액공제 10만원은 낼 세금이 있어야 돌아옵니다. 이월 불가, 본인 한정입니다.
- 2026년 기부분부터 10만원 초과 20만원 이하 구간에 44%가 붙어, 20만원을 내면 20만 4000원이 돌아옵니다. 20만원 초과분은 16.5% 그대로입니다.
- 내년 비수도권 55%·27.5% 우대는 8월 세제개편안 단계입니다. 확정이 아니고 올해 기부에는 해당 없습니다.
- 주민등록 주소지의 광역·기초 지자체만 빼고 전국 어디든, 여러 곳에 나눠 낼 수 있습니다. 한도는 연 2000만원, 법인은 불가입니다.
- 12월에 내야 유리한 건 없습니다. 답례품 포인트는 5년 유효하니 미리 기부하고 나중에 골라도 됩니다.
네 가지를 다시 세어 보면 이렇습니다. 13만원은 조건부로 맞고, 20만원은 올해부터 맞고, 고향 한정은 틀렸고, 12월은 그냥 습관입니다. 낼 세금이 있는지부터 확인하고, 있다면 20만원까지는 계산기를 두드릴 것도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