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ppy 50th anniversary to the Super Proton Synchrotron, CERN’s second-largest accelerator · CERN

영상  2026년 10월 9일 공개 · 4분 30초 · CERN 공식 채널첫 빔  1976년 5월 3일, 7km 고리를 한 바퀴 돎설계 에너지  1976년 6월 17일 400GeV 도달대표 성과  1983년 W·Z 보손 발견, 이듬해 노벨 물리학상지금 역할  LHC 직전 단계 주입기, 최대 450GeV

눈 덮인 들판에 측량 장비가 서 있다. 장면이 바뀌면 땅속으로 둥근 굴이 뚫리고, 마지막엔 파란 자석이 끝없이 늘어선 터널이 나온다. CERN이 10월 9일 유튜브에 올린 4분 30초짜리 영상은 슈퍼 양성자 싱크로트론, 줄여서 SPS의 쉰 해를 이렇게 훑는다. 하루 전 CERN은 이 기계의 50주년 심포지엄을 열었고, 그 자리에서 처음 튼 영상이 바로 이것이다. 영상 설명에는 연도와 숫자가 촘촘하다. 반세기를 몇 분에 접다 보면 빠지거나 뭉개지는 데가 생긴다. 그래서 문장 하나하나를 기록에 대 봤다.

1971년 눈밭에서 시작했다는 말, 날짜는 맞는다

눈 덮인 들판에 측량용 삼각대가 홀로 서 있고 멀리 낮은 산줄기가 보이는 수채화

영상 설명의 첫 장면은 1971년 눈 덮인 들판에서 한 첫 측량이다. 화면 속 눈까지 기록으로 확인할 길은 없지만 연도는 정확하다. CERN 회원국 열한 나라가 SPS 건설을 승인한 게 1971년 2월이다. 승인이 한겨울에 났으니 그해 첫 측량이 눈밭에서 이뤄졌다는 그림은 자연스럽다.

이 땅이 그냥 들판이 아니었다는 점도 짚어 둘 만하다. SPS는 프랑스와 스위스 국경을 가로지른 첫 가속기다. 고리 일부는 스위스, 일부는 프랑스 땅 밑을 지난다. 지금은 LHC가 국경을 몇 번씩 넘나들어 당연해 보이지만, 그 길을 처음 낸 게 SPS다.

굴을 판 건 로빈스사의 터널 굴착기였다. 이 기계가 1974년 7월 31일에 고리 한 바퀴를 다 팠다. 승인부터 굴 완성까지 3년 반이 걸린 셈이다.

SPS는 프랑스와 스위스 국경을 가로지른 첫 가속기였다.

7km 터널이라는 숫자, 정확히는 7km에 조금 못 미친다

영상은 터널을 7킬로미터라고 부른다. CERN 소개 페이지는 둘레를 '거의 7km'라고 적는다. 반올림해서 부른 숫자고, 틀린 말은 아니다. 이 고리 안에 상온에서 쓰는 전자석 1,317개가 들어 있고, 그중 744개가 빔을 휘게 하는 쌍극자석이다.

영상 제목은 SPS를 CERN에서 두 번째로 큰 가속기라고 소개한다. 이것도 맞다. 첫째는 둘레 27km인 LHC다. SPS보다 큰 고리는 지금도 그 27km 터널 하나뿐이다. LEP가 먼저 쓰고 LHC가 물려받은 굴이다.

둘레는 '거의 7km', 그 안에 전자석 1,317개가 돈다.

1976년 첫 빔, 그날 에너지 목표가 회의장에서 바뀌었다

영상 설명은 1976년에 첫 양성자 빔이 돌았다고 쓴다. 날짜까지 따지면 1976년 5월 3일이다. 이날 양성자가 7km 고리를 처음으로 한 바퀴 다 돌았다. 공식 준공식은 그로부터 1년 뒤인 1977년 5월 7일에 열렸다. 그러니 이번 50주년은 준공이 아니라 첫 빔을 기준으로 센 것이다.

같은 해 6월 17일에는 재미있는 일이 있었다. 당시 사업을 이끈 존 애덤스가 CERN 이사회 회의 중에 기계가 300GeV에 닿았다고 보고했다. 이사회가 미리 승인한 목표가 300GeV였다. 애덤스는 내친김에 400GeV까지 올려도 되겠느냐고 물었고, 이사회가 허락했다. 회의가 다른 안건으로 넘어간 지 5분쯤 뒤, 애덤스는 400GeV 양성자가 나왔다고 다시 알렸다.

건설은 예정보다 일찍, 승인된 예산 안에서 끝났다. 가속기 공사에서는 흔치 않은 기록이다.

이사회가 400GeV를 허락하고 5분 뒤, 400GeV 양성자가 나왔다.

'몇 번이고 다시 태어났다'는 말, 목록으로 펼쳐 보면 과장이 아니다

땅속 터널을 따라 파란 전자석이 곡선을 그리며 끝없이 이어지는 수채화

영상의 후반부는 SPS가 맡아 온 일을 차례로 늘어놓는다. 1981년에는 양성자와 반양성자를 맞부딪치는 충돌기로 바뀌었다. 그해 7월 빔 하나당 270GeV로 첫 충돌을 냈다. 2년 뒤인 1983년, UA1과 UA2 실험이 이 충돌에서 W 보손과 Z 보손을 찾아냈다. 이 발견으로 카를로 루비아와 시몬 판데르메이르가 이듬해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1986년 10월에는 산소 원자핵을 가속해 금 표적에 쏘면서 무거운 이온 실험이 시작됐다. 그 뒤로 황과 납 이온까지 다뤘다. 둘레 27km짜리 LEP가 돌던 시절에는 전자와 양전자를 가속해 넘겨주는 주입기였다. 2006년 7월부터 2012년 12월까지는 양성자로 중성미자를 만들어 732km 떨어진 이탈리아 그란사소 연구소로 보냈다. 빔은 땅속을 그대로 뚫고 지나갔다.

지금은 LHC로 들어가기 직전의 마지막 주입기다. 최대 450GeV까지 올린 양성자를 LHC에 넘긴다. NA61/SHINE, NA62, COMPASS 같은 고정 표적 실험에도 빔을 댄다. 다룬 입자만 세도 양성자, 반양성자, 전자, 양전자, 산소·황·납 이온이다. '여러 번 스스로를 다시 만들었다'는 영상의 표현이 수사가 아니라 이력서에 가깝다.

충돌기, 주입기, 중성미자 발사대까지 — 한 고리가 맡은 일이다.

영상에 없는 장면 하나, 터치스크린

영상은 물리 성과에 시간을 쓰지만, CERN은 50주년 기사에서 이 기계에서 나온 기술로 터치스크린을 꼽았다. SPS 제어실을 만들면서 수많은 스위치를 화면 하나로 줄이려던 시도가 그 출발이다. 4분 30초 안에 다 담기엔 빠진 이야기가 많다. 그래도 연도와 숫자만 놓고 보면 영상 설명은 어긋난 데가 없었다.

CERN은 SPS가 낳은 기술로 터치스크린을 꼽는다.

영상에서 볼 만한 곳

  • 눈밭 측량 장면 — 건설 승인이 1971년 2월이라 연도와 계절이 맞는다.
  • 터널 굴착 장면 — 1974년 7월 31일에 고리가 이어졌고, 국경을 넘은 첫 가속기다.
  • 첫 빔 장면 — 1976년 5월 3일. 50주년은 준공식(1977년 5월 7일)이 아니라 이날을 기준으로 센다.
  • 충돌기 시절 — 1981년 첫 충돌, 1983년 W·Z 보손 발견, 1984년 노벨상.
  • 마지막 장면 — 지금은 450GeV까지 올려 LHC에 넘기는 마지막 단계다.

문장 다섯 개를 기록에 대 보니 영상 설명은 숫자 하나 틀리지 않았다. 다만 '1976년'이 5월 3일이고 그해 6월 회의장에서 목표가 300에서 400으로 바뀌었다는 걸 알고 보면, 4분 30초 속 눈밭과 굴과 자석이 조금 더 또렷하게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