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에 매달린 채 날아오르는 헬리콥터 세 대 — NASA 스카이폴 61초를 보기 전에 알아 둘 것
NASA’s SkyFall Mars Helicopters · NASA Jet Propulsion Laboratory
화성 하늘에 불꽃 한 줄이 그어진다. 열 방패가 떨어져 나가고, 낙하산 아래 매달린 철골 틀에서 회전날개가 펼쳐진다. 땅에 닿기도 전에 헬리콥터 세 대가 틀을 떠나 각자 날아간다. NASA 제트추진연구소가 10월 6일에 올린 61초짜리 영상은 이 장면을 말 한 마디 없이 음악과 효과음만으로 보여 준다. 설명이 없으니 그냥 멋진 애니메이션으로 지나가기 쉽다. 그런데 앞서 화성을 날았던 작은 헬리콥터 한 대의 이야기를 알고 나면, 공중에서 풀려나는 그 몇 초가 이 임무에서 제일 대담한 대목이라는 게 보인다.
먼저 날았던 건 1.8kg짜리 시험기였다
영상 설명란 첫 줄이 인제뉴이티라는 이름으로 시작한다. 스카이폴은 이 헬리콥터가 해낸 일 위에 세운 임무라서다. 인제뉴이티는 2021년 2월 18일 퍼서비어런스 로버의 배 밑에 접힌 채 예제로 크레이터에 내렸다. 무게는 1.8kg, 날개 지름은 1.2m를 조금 밑돌았다.
애초에 맡은 일은 소박했다. 30일 안에 많아야 다섯 번 날아 보는 기술 시험이었다. 화성 대기는 지구의 1%도 안 될 만큼 묽어서, 날개가 공기를 붙잡을 수 있을지부터가 물음표였다. 2021년 4월 19일 첫 비행에 성공하면서 다른 행성에서 동력으로 조종해 난 첫 비행기가 됐다.
다섯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거의 3년 동안 72번을 날았고, 하늘에 떠 있던 시간을 다 합치면 약 128.8분, 이동 거리는 17km에 이른다. 가장 높이 오른 건 24m였다. 시험기가 정찰기 노릇까지 하며 로버가 갈 길을 미리 봐 준 셈이다.
다섯 번만 날아 보자던 시험기가 72번을 날고 나서야 다음 세대 이야기가 나왔다.
72번째 비행은 무늬 없는 모래 위에서 끝났다
마지막 비행은 2024년 1월 18일이었다. 인제뉴이티는 12m까지 올라가 사진을 찍고 내려왔는데, 내려앉는 순간 교신이 끊겼다. 나중에 찍힌 사진을 맞춰 보니 회전날개 네 장이 모두 끝에서 3분의 1쯤 되는 지점에서 부러져 있었다.
NASA의 결론은 날개보다 눈 쪽을 가리킨다. 인제뉴이티는 아래 카메라로 땅의 무늬를 쫓아가며 자기 위치와 속도를 잰다. 그런데 72번째 비행 장소는 밋밋하고 가파른 모래 물결이 이어진 곳이었다. 붙잡을 무늬가 없으니 속도 계산이 틀어졌고, 옆으로 미끄러지는 채로 비탈에 세게 닿으면서 기체가 기울어 날개가 견디지 못했다는 것이다.
처음 다섯 번은 자갈이 깔린 평지에서 날았다. 길잡이 장치도 그런 땅에 맞춰 만들었다. 시험기가 원래 갈 수 없던 곳까지 너무 멀리 간 끝에 은퇴한 셈이다. 이 결말을 알고 나면 스카이폴 영상 후반의 지도 화면이 그냥 장식으로 보이지 않는다.
날개가 약해서가 아니라, 내려다볼 무늬가 없어서 끝난 비행이었다.
로버가 없으니 하늘에서 내려 줄 수밖에 없다
영상 초반, 낙하산 아래로 보이는 철골 틀이 핵심이다. 인제뉴이티는 로버가 땅에 내려놓아 줬지만 스카이폴에는 실어 나를 로버가 없다. NASA 설명대로라면 낙하산과 역추진 로켓이 하강 장치를 늦추는 동안 세 대가 틀에서 떨어져 나와 각자 날아가 착륙한다. 영상에서 날개가 펼쳐지고 틀이 흔들리는 그 몇 초가 바로 이 순서다.
땅에 먼저 내려놓고 날리는 쪽이 훨씬 마음 편하다. 이번엔 그 단계가 없다. 헬리콥터는 아직 떨어지는 중인 공중에서 스스로 자세를 잡고 날아올라야 한다. 시험기 시절에는 한 번도 해 본 적 없는 동작이다.
기체도 커졌다. 대당 약 5kg으로 인제뉴이티의 세 배 가까이 되고, 서로 반대로 도는 두 날개의 지름은 1.35m다. 높이는 52cm. 에어로바이런먼트가 제트추진연구소와 함께 설계하고 만든다. 이들을 화성까지 데려갈 우주선 SR-1 프리덤은 원자로로 전기를 만들어 추진하는 방식이고, NASA는 이것을 처음으로 행성 사이를 오가는 원자력 우주선이라 부른다.
로버의 배 밑이라는 안전한 출발대를 내려놓고, 떨어지는 중에 날아오르는 쪽을 골랐다.
알고 보면 달라지는 장면, 세 개의 점과 붉은 네모
제목 화면이 지나면 화성 지도 위에 점 세 개가 흩어진다. 한 대가 72번을 날며 한 곳을 오래 봤다면, 이번에는 세 대가 동시에 여러 곳을 나눠 본다는 뜻이다. 한 대가 사고로 멈춰도 임무 전체가 끝나지 않는다는 것도 인제뉴이티의 마지막을 떠올리면 가볍지 않다.
곧이어 기체 아래로 부채꼴 신호가 땅속에 퍼지는 장면이 나온다. 지표투과레이더다. 이 레이더가 땅속 약 0.5~3m 깊이에서 얼음을 찾는다. 앞서 8월에 올린 영상에서는 이 레이더용 안테나를 천처럼 휘는 재질로 만들어 착륙할 때 꺾이지 않게 시험하는 모습을 보여 줬다. 그 밖에 1,300만 화소 컬러 카메라와 근적외선 카메라, 기온·바람 센서, 방사선 측정기가 실린다.
마지막에 붉은 네모가 지형 위에 내려앉는다. 착륙 후보지를 골라내는 능력을 보여 주겠다는 화면이다. 나중에 사람이 내릴 자리를 하늘에서 미리 보고, 그 밑에 얼음이 있는지까지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무늬 없는 모래밭에서 길을 잃고 끝난 시험기의 뒤를 이어, 이번 세 대는 바로 그런 땅을 읽어 내는 일을 맡는다.
점 세 개는 나눠서 보겠다는 뜻이고, 붉은 네모는 사람이 내릴 자리를 고르겠다는 뜻이다.
영상에서 볼 만한 곳
- 초반 낙하산 장면 — 철골 틀에서 날개가 펴지고 세 대가 공중에서 떨어져 나가는 대목이 이 임무에서 가장 새로운 시도다.
- 기체 크기 — 인제뉴이티 1.8kg에서 대당 약 5kg으로 커졌고, 날개 지름도 1.2m 아래에서 1.35m로 늘었다.
- 지도 위 점 세 개 — 한 대가 아니라 세 대가 흩어져 여러 곳을 동시에 본다.
- 부채꼴 신호 화면 — 지표투과레이더로 땅속 0.5~3m 깊이의 얼음을 찾는다.
- 붉은 네모 — 앞으로 사람이 내릴 착륙지를 하늘에서 골라 보는 능력을 시험한다.
발사는 2028년 말, 화성에 내리는 건 2030년 가을로 잡혀 있다. 그때까지 61초 영상은 몇 번이고 다시 볼 수 있다. 처음엔 음악에 실려 지나갔던 낙하산 장면이, 인제뉴이티가 로버 배 밑에서 내려오던 2021년과 모래 물결 위에서 날개를 잃은 2024년을 겹쳐 놓고 보면 꽤 아슬아슬하게 보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