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에 부딪힌 새를 깃털 세 장으로 알아낸다 — 스미소니언 '스나지' 연구실 3분 41초
Preventing Air Disasters by Studying Bird Ick · Smithsonian
비닐봉지 하나가 책상에 놓인다. 안에 든 건 비행기 앞부분에서 긁어낸 얼룩이다. 피와 살점, 부서진 깃털이 뒤엉켜 있다. 스미소니언 자연사박물관의 깃털 감식 연구실에서는 이걸 '스나지'라고 부른다. 콧물(snot)과 쓰레기(garbage)를 합친 말이다. 스미소니언이 올린 3분 41초짜리 영상은 이 봉지 하나에서 새 한 종의 이름이 나오기까지를 따라간다.
새와 비행기가 부딪히면 남는 건 이름 없는 얼룩이다

새와 비행기가 부딪히는 일은 생각보다 흔하다. 대개는 기체에 자국 하나 남기고 끝나지만, 엔진에 빨려 들어가면 사고로 번진다. 부딪힌 뒤에 남는 건 새라고 부르기도 어려운 흔적이다. 날개 끝에 붙은 깃털 몇 가닥, 엔진 날개에 말라붙은 피, 동체에 번진 얼룩 정도다.
공항은 그 얼룩을 긁어서 봉투에 담아 워싱턴의 스미소니언으로 보낸다. 미 공군과 해군, 연방항공청(FAA)이 스미소니언과 협약을 맺고 이 연구실을 함께 운영한다. 민간 여객기에서 나온 것도, 전투기에서 나온 것도 한 책상으로 모인다.
영상 첫 장면에서 연구실 사람이 스나지라는 말을 설명한다. 이 연구실에서만 쓰는 말이라고 한다. 그리고 곧바로 숫자를 댄다. 지난 한 해에만 1만 4천 건이 넘는 조류 충돌 시료를 감식했다. 하루로 치면 마흔 건 가까이다.
비행기 앞에서 긁어낸 얼룩 한 봉지가 이 연구실의 출발점이다.
깃털 세 장에서 붉은꼬리말똥가리를 먼저 떠올렸다
영상의 가운데는 사건 하나를 푸는 과정이다. 봉지에서 쓸 만한 깃털이 세 장 나왔다. 하나는 크고 검은색과 흰색 줄무늬가 선명하다. 큰 새에 이런 줄무늬가 있으면 맹금류부터 의심한다. 다른 하나는 작고 납작한 흰 깃털인데 가운데 검은 점이 박혀 있다.
여기서 깃털이 새 몸의 어디에 붙어 있던 것인지 따진다. 작고 납작한 깃털은 날개 아래쪽 덮깃이다. 사람으로 치면 겨드랑이쯤에 붙어서, 날개 아랫면을 매끈하게 만들어 공기가 잘 흐르게 한다. 깃털 한 장에서 부위를 알면 비교할 표본을 훨씬 좁힐 수 있다.
첫 후보는 붉은꼬리말똥가리였다. 이 연구실에 가장 자주 들어오는 맹금류 가운데 하나다. 표본 서랍에서 꺼내 깃털을 대 보니 비슷하긴 한데 딱 맞지는 않았다. 영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대목이 여기다. 감식하는 사람이 뭔가 '수상하다(fishy)'는 느낌이 들었다며 다음 후보로 물고기를 잡아먹는 맹금, 물수리를 꺼낸다. 말장난이 섞인 장면인데, 모양과 크기, 무늬가 전부 맞아떨어진다.
깃털이 몸 어디에 붙어 있던 것인지 알면 후보가 확 줄어든다.
50만 점의 새 표본이 이 연구실의 도서관이다

이 대조가 가능한 건 방 하나에 새 표본이 50만 점 가까이 있어서다. 미국 모든 주에서 온 것은 물론이고 세계 곳곳의 새가 서랍마다 들어 있다. 영상 속 감식 담당자는 이 방이 아니면 이 일을 할 수 없을 거라고 말한다. 모르는 깃털을 들고 와서 아는 새와 하나하나 맞대 보는 일이라, 비교할 대상이 많을수록 답이 정확해진다.
깃털이 성하게 남는 경우는 드물다. 부스러기만 남으면 현미경으로 간다. 깃털 밑동의 보송보송한 솜털 부분은 오리, 맹금, 명금처럼 새의 무리마다 미세한 구조가 다르다. 여기서 범위를 좁히고, 날짜와 장소 같은 사건 정보까지 더해 가장 그럴듯한 답을 고른다.
피나 살점만 남았을 때는 DNA를 쓴다. 영상 후반에 물수리 판정을 다시 확인하는 장면이 그렇다. 시료에서 뽑은 유전자 서열을 '생명의 바코드' 데이터베이스에 넣으면 알려진 종의 서열과 맞춰 준다. 그 데이터베이스의 상당 부분이 바로 이 방의 표본에서 나왔다. 결과는 물수리와 100% 일치였다.
깃털이 없으면 솜털 구조를, 그마저 없으면 DNA를 본다.
새 이름 하나가 공항의 풀밭과 엔진 설계를 바꾼다
새 이름을 알아서 뭐 하나 싶지만, 공항에서는 이게 대책의 시작이다. 어떤 새인지 알면 그 새가 왜 거기 있었는지를 추적할 수 있다. 먹이를 찾으러 왔는지, 쉬러 왔는지, 둥지를 틀었는지. 이유를 알면 풀 높이를 바꾸거나 물웅덩이를 메우는 식으로 그 새가 공항에 올 까닭을 없앤다.
물수리라면 이야기가 구체적이 된다. 물고기를 먹는 새이니 공항 근처 물가가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 붉은꼬리말똥가리였다면 풀밭의 쥐를 먼저 봤을 것이다. 같은 맹금이라도 답이 다르니, 처음에 비슷해 보였던 후보에서 멈추지 않는 게 중요하다.
쌓인 기록은 더 멀리 간다. 어떤 크기의 새가 어느 계절에 얼마나 부딪히는지가 쌓이면, 엔진과 조종석 유리를 새 충돌에 더 잘 버티게 설계하는 데 쓰인다. 영상 마지막 말이 이 일을 잘 요약한다. 새와 비행기가 부딪히면 이기는 쪽은 절대 새가 아니다. 그러니 새를 공항에서 멀리 두는 게 사람과 새를 같이 지키는 길이다.
새와 비행기가 부딪히면 새는 절대 이기지 못한다. 그래서 새를 공항 밖에 두는 게 둘 다 살리는 길이다.
영상에서 볼 만한 곳
- 처음 20초, 스나지라는 말을 설명하는 장면 — 이 연구실의 일을 한 단어로 보여 준다
- 1분 17초부터, 봉지에서 깃털 세 장을 꺼내 부위를 짚어 가는 과정
- 붉은꼬리말똥가리를 대 보고 '수상하다'며 물수리로 넘어가는 대목 — 감식이 추리라는 걸 실감한다
- 2분 48초부터, 깃털로 낸 답을 DNA로 다시 확인하는 장면
- 마지막 30초, 이 일이 새도 살린다는 말
3분 41초 동안 나오는 건 깃털 몇 장과 표본 서랍, 컴퓨터 화면 하나다. 그런데 그 사이에 얼룩 한 봉지가 물수리라는 이름을 얻고, 그 이름이 어느 공항의 물가를 다시 보게 만든다. 영상이 짧으니 한 번 보고, 깃털을 대 보는 손을 한 번 더 보면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