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패킹  월 1회세제통  주 1회통살균 코스  월 1~2회배수필터  주 1회 이상

갓 마른 수건을 코에 대 보면 안다. 세제를 바꾼 것도 아니고 볕도 좋았는데 옅은 걸레 냄새가 남아 있다. 빨래를 의심할 차례가 아니라 빨래를 하는 기계를 열어 볼 차례다. 여름 석 달 동안 세탁기 안은 계속 젖어 있었고, 문은 대체로 닫혀 있었다.

이 목록은 여름 끝에 한 번 꺼내는 것이다

세탁기 문이 조금 열려 있고 창가로 볕이 드는 세탁실을 그린 수채화 일러스트

세탁기 청소는 아무 때나 해도 되지만 값이 가장 잘 나오는 시기가 있다. 지금이 그렇다. 여름 내내 욕실이나 베란다에 놓인 세탁기는 습한 공기 속에서 매일 물을 썼고, 세탁이 끝나면 문이 닫혔다. 물기가 마를 틈이 없으니 고무 테두리와 세제통에 물때가 앉는다. 곰팡이는 그 위에서 자란다.

게다가 앞으로 두 달은 세탁기가 가장 무겁게 도는 시기다. 여름 이불을 걷어 빨고, 옷장 안쪽에 넣어 둔 두꺼운 옷을 한 번씩 돌린다. 부피가 큰 빨래일수록 통 안쪽 벽에 옷감이 오래 닿는다. 통이 지저분한 상태로 그 빨래를 시작하면 냄새는 그대로 이불에 옮겨 간다.

그래서 목록으로 만들어 둔다. 한 번에 다 할 필요도 없다. 손이 바로 닿는 곳, 뚜껑을 열어야 나오는 곳, 기계가 알아서 도는 곳으로 나누면 세 번에 끝난다.

냄새는 빨래에서 오는 게 아니라 빨래가 도는 통에서 온다.

손이 바로 닿는 두 곳부터 — 고무패킹과 세제통

드럼세탁기라면 문 안쪽 고무 테두리를 먼저 젖혀 본다. 물이 고이는 자리는 정해져 있다. 시계로 치면 6시 방향, 테두리 안쪽 홈이다. 머리카락과 실밥이 젖은 채로 눌려 있고 검은 점이 번져 있으면 이미 늦은 편이다. 그래도 지금 닦으면 된다.

기준은 한 달에 한 번이다. 산소계 표백제 5g을 따뜻한 물 5L에 풀면 닦아 낼 용액이 된다. 고무장갑을 끼고 테두리 전체와 안쪽 물 분사 구멍까지 훑은 다음, 마른 수건으로 물기를 걷어 낸다. 여기서 한 단계를 더 해야 값을 한다. 완전히 마를 때까지 문을 열어 두는 것. 젖은 채로 닫으면 사흘이면 원래대로 돌아간다.

세제통은 주기가 더 짧다. 일주일에 한 번이 기준이다. 서랍을 끝까지 당겨 빼고 굳은 세제와 섬유유연제 찌꺼기를 물로 흘려보낸다. 유연제가 지나는 칸은 끈적한 층이 남기 쉬우니 손가락으로 문질러 확인한다. 통돌이 세탁기라면 세제통 대신 통 위쪽 가장자리와 뚜껑 안쪽을 같은 방식으로 본다.

청소용으로 염소계 표백제나 산성 세정제를 꺼내지 않는다. 금속과 고무를 상하게 해서 변색이나 부식으로 이어진다. 산소계로 충분하다.

닦는 것보다 말리는 게 중요하다. 문을 닫는 순간 원위치다.

뚜껑을 열어야 나오는 곳 — 배수필터와 급수필터

세탁기 아래쪽 배수필터 덮개를 열고 수건을 바닥에 깔아 둔 장면을 그린 수채화 일러스트

드럼세탁기 아래쪽에 작은 덮개가 있다. 열면 손잡이가 달린 마개가 보이고 그 뒤가 배수필터다. 동전과 단추, 머리카락이 뭉쳐 있는 자리다. 여기가 막히면 물이 늦게 빠지고, 물이 남으면 냄새가 난다.

주기는 일주일에 한 번 이상으로 잡는다. 열기 전에 순서를 하나 지켜야 한다. 통 안에 물이 남아 있으면 마개를 푸는 순간 앞으로 쏟아진다. 배수 호스나 잔수 제거용 마개로 물부터 빼내고, 수건을 바닥에 깔고 시작한다. 다 씻은 뒤에는 반드시 끝까지 조여 넣는다. 덜 잠긴 필터는 그대로 누수가 된다.

급수필터는 반대쪽, 물이 들어오는 호스가 연결된 자리에 있다. 여기 걸리는 건 때가 아니라 녹과 모래다. 수압이 예전 같지 않거나 급수 시간이 길어졌다면 이쪽을 의심한다. 자주 볼 곳은 아니고, 계절이 바뀔 때 한 번이면 충분하다.

물부터 빼고 연다. 그리고 끝까지 조여 넣는다.

통 안쪽은 기계가 대신 돌려 준다

눈에 보이는 통 벽면은 깨끗해도 그 뒤편, 물이 드나드는 구멍과 바깥 통 사이에는 손이 닿지 않는다. 그 구간은 통살균이나 통세척 코스가 맡는다. 한 달에 한두 번이 기준이다. 여름을 그냥 보냈다면 이번 달은 두 번 돌린다고 생각하면 된다.

쓰는 약제는 산소계 성분이 든 세탁조 클리너다. 제품에 적힌 양을 지키고, 통 안에 빨래는 한 장도 넣지 않는다. 통살균 코스가 없는 모델이라면 클리너를 넣고 2~3분만 돌린 뒤 전원을 끄고 두세 시간 불린다. 그다음 일반 세탁 코스를 한 번 돌리면 같은 효과를 낸다.

오래 세워 뒀던 세탁기는 한 번으로 부족하다. 반년 넘게 쓰지 않았다면 연속 세 번까지 돌린다. 이사한 집에 남아 있던 세탁기, 별장이나 부모님 댁의 세탁기가 여기 해당한다. 첫 회차에 빠져나오는 물 색을 보면 몇 번 더 돌려야 할지 감이 온다.

통살균은 빨래를 뺀 상태에서, 산소계 클리너로.

다 하고 나면 이런 상태가 된다

네 곳을 다 봤다면 확인은 간단하다. 고무 테두리를 젖혔을 때 물기도 검은 점도 없고, 세제통 서랍이 끈적이지 않는다. 배수필터를 열어도 물이 흐르지 않고 뭉친 실밥이 없다. 마지막으로 빈 통에 코를 가까이 대 본다. 눅눅한 냄새가 아니라 아무 냄새도 나지 않으면 통과다.

이 상태를 다음 달까지 끌고 가는 방법은 두 가지뿐이다. 세탁이 끝나면 문과 세제통을 열어 공기가 통하게 두는 것, 그리고 세제를 권장량만 쓰는 것. 세제를 넉넉히 넣으면 더 깨끗해질 것 같지만 다 녹지 못한 몫이 통 뒤편에 남아 물때의 밥이 된다. 계량 스푼 한 번이 청소 한 번을 줄인다.

이불 빨래는 그다음이다. 순서를 바꾸면 큰 빨랫감을 두 번 돌리게 된다.

정리하면

  • 고무패킹은 월 1회. 산소계 표백제 5g을 따뜻한 물 5L에 풀어 닦고, 마를 때까지 문을 열어 둔다.
  • 세제통은 주 1회 빼서 헹군다. 섬유유연제 칸의 끈적한 층까지 확인한다.
  • 배수필터는 주 1회 이상. 잔수를 먼저 빼고 열고, 씻은 뒤 끝까지 조여 넣는다.
  • 통살균·통세척 코스는 월 1~2회, 빨래를 뺀 상태에서 산소계 클리너로. 염소계와 산성 세정제는 쓰지 않는다.
  • 유지는 두 가지. 세탁 후 문과 세제통 열어 두기, 세제는 권장량만.

세탁기는 고장 나서 손이 가는 물건이 아니라 냄새로 먼저 신호를 보내는 물건이다. 그 신호가 이불에 옮겨 붙기 전에 한 바퀴 돌려 두면 가을 빨래가 편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