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자마자 신발장에 넣는 그 3초가, 여름 끝 현관 냄새를 만든다
여름 내내 현관은 조용히 젖어 있었다. 소나기를 맞고 들어온 날도, 땀만 흘린 날도 신발은 벗자마자 같은 자리로 들어갔다. 문을 닫고 탈취제를 하나 더 붙여 두면 그날은 넘어간다. 그런데 문을 열 때 훅 끼치는 그 냄새는 8월이 끝나 갈수록 진해진다.
벗자마자 넣는다, 여름 내내 그랬다

현관에 들어와 신발을 벗는다. 몸을 숙여 그대로 칸에 올린다. 문을 닫는다. 여기까지 3초다. 하루 종일 신어 안쪽이 축축하고 아직 체온이 남은 신발이, 식지도 마르지도 않은 채 어둡고 좁은 칸으로 들어간다.
여름은 이 3초가 매일 반복되는 계절이었다. 장맛비에 발등까지 젖은 날이 있었고, 비 한 방울 없이 땀만으로 안쪽이 눅눅해진 날이 더 많았다. 그사이 신발장 문이 열린 건 하루에 두 번, 나갈 때와 들어올 때뿐이다. 그것도 몇 초씩.
냄새가 올라오기 시작하면 손이 가는 곳은 대체로 정해져 있다. 탈취제다. 시트형을 칸마다 깔거나, 스프레이를 뿌리거나, 숯을 봉지째 세워 둔다. 그리고 문을 닫는다. 문제는 이 순서다. 냄새를 만드는 쪽은 그대로 두고 덮는 쪽만 계속 늘린다.
냄새를 만드는 쪽은 그대로 두고 덮는 쪽만 늘리는 중이다.
탈취제를 넣어도 냄새가 돌아오는 건 순서 때문이다
신발장 냄새의 재료는 향이 아니라 물기다. 하루 신은 신발 안에는 땀이 남고, 비 온 날에는 겉감과 깔창이 물을 머금는다. 여기에 빛이 안 드는 닫힌 공간과 미지근한 온도가 겹치면 곰팡이와 세균이 자란다. 탈취제는 이 재료를 줄이지 않는다. 코에 닿는 냄새만 잠깐 가린다.
바깥 조건도 편들어 주지 않는다. 기상청 기후 기록으로 서울의 여름철 평균 상대습도는 71.8%다. 인천은 79.9%, 파주는 80.9%까지 올라간다. 창을 열어 환기한다는 말이 여름에는 더 젖은 공기를 들이는 일이 되기도 한다. 곰팡이가 자리를 못 잡게 하려면 실내 습도를 60% 아래로 내려야 하는데, 현관은 집에서 창이 가장 작거나 아예 없는 자리다.
시간 기준도 분명하다. 미국 환경보호청은 눅눅해진 물건을 24~48시간 안에 청소하고 말리라고 한다. 그 시간을 넘기면 곰팡이가 자리를 잡는다. 벗자마자 닫힌 칸에 넣은 신발은 이 48시간을 매일 새로 시작한다. 어제 넣은 신발이 채 마르기 전에 오늘 신은 신발이 옆에 들어가는 식이다.
제습제를 넣어도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다. 문이 닫힌 칸 안에서 신발이 계속 물을 내놓으면 제습제는 금세 포화된다. 물이 가득 찬 제습제는 더 이상 습기를 빨아들이지 않는다. 결국 순서가 뒤집혀 있는 것이다. 말린 다음 넣는 게 아니라, 넣어 두고 말리려 하고 있다.
말린 다음 넣는 게 아니라, 넣어 두고 말리려 하는 중이다.
말린 다음에 넣는다, 바꿀 건 이 한 줄이다

오늘 신은 신발은 오늘 신발장에 넣지 않는다. 현관 한쪽이나 베란다처럼 공기가 도는 자리에 하루 두었다가 다음 날 넣는다. 신발장 위에 올려 두기만 해도 닫힌 칸보다는 훨씬 낫다. 이 한 가지만 지켜도 나머지는 절반쯤 따라온다.
그러려면 두 켤레를 번갈아 신는 편이 쉽다. 하루 신고 하루 말린다. 마음에 드는 한 켤레만 매일 신으면 어떤 방법을 써도 마를 시간이 없다. 아끼는 신발일수록 이틀에 한 번 신는 쪽이 오래간다.
비에 젖은 날은 속을 열어 준다. 깔창을 빼고 끈을 풀어 혀를 젖힌 다음, 신문지를 가볍게 뭉쳐 안쪽에 넣는다. 꽉 눌러 채우면 공기가 안 통하니 헐겁게 넣는다. 한두 시간 뒤 축축해진 신문지는 새것으로 바꾼다. 헤어드라이어 열풍은 밑창 접착을 상하게 하니 쓰려면 찬바람으로만 쓴다.
신발장 문은 주에 한 번 이상 활짝 열어 둔다. 맑고 건조한 날 30분이면 충분하다. 비 오는 날 여는 건 오히려 손해다. 선풍기를 현관 쪽으로 돌려 두면 30분이 10분으로 줄어든다.
제습제는 습기가 나오는 칸, 그러니까 자주 신는 신발이 있는 칸에 둔다. 위아래로 골고루 놓는 것보다 낫다. 그리고 한 달에 한 번은 상태를 본다. 물이 절반 넘게 찬 것은 이미 제 몫을 다한 것이다.
샌들이나 여름 운동화를 한 철 넣어 둘 때는 순서가 더 중요하다. 씻은 뒤 완전히 말린다. 손등을 신발 안쪽에 넣었을 때 서늘한 느낌이 남아 있으면 아직 물기가 있는 것이다. 그 상태로 비닐이나 상자에 밀봉하면 다음 여름에 곰팡이로 다시 만난다. 밀봉 대신 종이 한 장을 사이에 끼워 두는 정도가 낫다.
하루 신고 하루 말린다. 두 켤레만 있으면 된다.
달라지는 건 냄새만이 아니다
이 순서로 두세 주를 보내면 가장 먼저 없어지는 게 문을 열 때 확 끼치는 첫 냄새다. 탈취제를 새로 사지 않아도 그렇게 된다. 원인이 줄어들면 덮을 것도 필요 없어진다.
신발 자체도 다르게 버틴다. 젖은 채로 눌려 있던 가죽은 마르면서 모양이 틀어지고, 밑창 접착 부위는 물기가 오래 닿을수록 약해진다. 안감이 뜯기거나 갑피에 흰 얼룩이 앉는 것도 대개 말리지 않은 채 넣어 둔 시간의 결과다.
가을에 신발을 꺼낼 때 차이가 확실해진다. 넣어 둔 상태 그대로 나오면 그날 바로 신으면 된다. 반대로 여름을 눅눅하게 보낸 신발장은 9월 첫 주에 스웨이드 부츠에 핀 흰 곰팡이로 값을 치르게 한다. 그때 가서 닦아 내는 일은 하루로 안 끝난다.
손이 더 가는 방법도 아니다. 신은 신발을 하루 밖에 두는 것과, 신발장을 통째로 비워 닦고 신발마다 곰팡이를 지우는 것. 어느 쪽이 일인지는 굳이 견줄 필요가 없다.
원인이 줄면 덮을 것도 필요 없어진다.
정리하면
- 오늘 신은 신발은 오늘 넣지 않는다. 공기가 도는 자리에 하루 두었다가 다음 날 넣는다.
- 두 켤레를 번갈아 신는다. 하루 신고 하루 말리면 안쪽이 마를 시간이 생긴다.
- 젖은 날은 깔창을 빼고 끈을 푼 뒤 신문지를 헐겁게 넣고, 한두 시간 뒤 갈아 준다. 열풍은 쓰지 않는다.
- 신발장 문은 맑고 건조한 날 주 1회 이상 30분 열어 둔다. 비 오는 날 여는 건 손해다.
- 여름 신발을 넣어 둘 때는 씻고 완전히 말린 뒤에. 손등이 서늘하면 아직 젖은 것이고, 밀봉은 하지 않는다.
신발장은 고장으로 신호를 보내지 않는다. 대신 냄새로 먼저 알린다. 그 신호를 탈취제로 덮는 대신 순서 하나만 바꿔 두면, 가을 신발을 꺼내는 날이 훨씬 가벼워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