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범위  창세기 18장 16절-19장 29절

한낮에 손님을 배웅하러 나온 길이었습니다. 세 사람은 소돔 쪽으로 방향을 잡았고, 아브라함은 그들을 전송하러 함께 걸어 나갔지요. 그런데 어느 지점에서 걸음이 갈립니다. 두 천사는 성으로 내려가고, 한 사람은 그 자리에 남아 아침이 올 때까지 이어질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오늘 읽을 대목은 그 갈림에서 시작해 다음 날 아침 연기가 올라오는 장면에서 멈춥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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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세기 - 소돔과 고모라 | 돌아보지 말라

소돔으로 가는 길에서 한 사람만 그 자리에 남았습니다

언덕 위에서 두 갈래로 갈라지는 흙길을 그린 수채화 삽화

이 대목은 배웅하는 장면으로 열립니다. 그 사람들이 거기서 일어나서 소돔으로 향하고, 아브라함은 전송하러 함께 나갔습니다. 손님이 떠나면 주인은 어느 지점에서 돌아서기 마련이지요. 그런데 여기서는 돌아서지 않습니다.

돌아서지 못하게 된 이유가 앞에 나옵니다. 나의 하려는 것을 아브라함에게 숨기겠느냐. 소돔과 고모라에 대한 부르짖음이 크고 그 죄악이 심히 중하니. 그리고 한마디가 더 붙습니다. 내가 이제 내려가서 그 모든 행한 것이 과연 내게 들린 부르짖음과 같은지 그렇지 않은지 내가 보고 알려 하노라. 소문만 듣고 처리하지 않겠다는 말로 들립니다.

그다음 문장이 이 장의 자리를 정합니다. 그 사람들이 거기서 떠나 소돔으로 향하여 가고, 아브라함은 여호와 앞에 그대로 섰더니. 둘로 갈라진 걸음입니다. 한쪽은 성으로 내려가고 한쪽은 서 있어요. 그 서 있는 자리에서 아브라함이 말을 겁니다.

오십에서 시작합니다. 오십이 있어도 멸하시겠느냐. 사십오, 사십, 삼십, 이십, 십. 다섯 명씩 깎다가 열씩 내려가고, 내려갈 때마다 말이 조심스러워집니다. 티끌과 같은 나라도 감히 주께 고하나이다. 노하지 마옵소서, 이번만 더 말씀하리이다. 그러다 십에서 멈춥니다. 누가 그만두라 한 것도 아닌데 아브라함 쪽에서 먼저 입을 다물어요. 그러고는 여호와께서 가시고, 아브라함도 자기 곳으로 돌아갑니다.

그 사람들은 소돔으로 내려갔고, 아브라함은 여호와 앞에 그대로 섰습니다.

성문에 앉아 있던 사람이 문을 등지고 섰습니다

해 질 무렵 성벽과 커다란 성문이 서 있는 풍경을 그린 수채화 삽화

장면이 바뀌면 해가 저물어 있습니다. 두 천사가 소돔에 이르렀을 때 롯은 성문에 앉아 있었어요. 성문은 그 도시에서 사람들이 모여 일을 처리하던 자리입니다. 롯이 거기 앉아 있었다는 건 그가 이 성에 꽤 자리를 잡았다는 뜻이지요. 아브라함이 장막 문에 앉아 있던 장면과 나란히 놓고 보면 같은 자세인데 있는 곳이 다릅니다.

맞이하는 방식은 닮았습니다. 일어나 영접하고 땅에 엎드려 절하고, 종의 집으로 들어와 발을 씻고 주무시라고 청합니다. 그들은 거리에서 밤을 지내겠다고 하지만 롯이 간청하니 그제야 돌이켜 들어옵니다. 그는 무교병을 구워 상을 차렸어요. 이 성 안에도 문을 열어 주는 사람이 하나는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그들이 눕기도 전에 집이 둘러싸입니다. 성 사람들이 노소를 가리지 않고 사방에서 다 모여들었다고 적혀 있어요. 앞서 부르짖음이 크다고 하신 말씀이 어떤 상태를 가리켰는지가 여기서 드러납니다. 손님으로 들어온 사람을 내놓으라는 겁니다.

롯은 문밖으로 나가 뒤로 문을 닫습니다. 그리고 무리를 형제라 부르며 말립니다. 다만 그가 대신 내놓겠다고 한 것이 자기 두 딸이었어요. 읽다가 걸리는 대목이고, 본문도 그를 감싸 주지 않습니다. 무리는 오히려 화를 냅니다. 우거하는 주제에 법관이 되려 하느냐. 그러고는 롯을 밀치고 문을 깨뜨리려 하지요. 그때 안에 있던 손님들이 손을 내밀어 롯을 집 안으로 끌어들이고 문을 닫습니다. 문을 지키러 나갔던 사람이 도리어 안으로 끌려 들어옵니다.

지키러 나간 사람이 오히려 안으로 끌려 들어왔습니다. 문을 닫은 쪽은 그가 아니었어요.

농담으로 여겼고, 지체했고, 그래서 손을 잡혔습니다

동틀 무렵 성문 밖 들판으로 이어지는 길과 옅은 새벽빛을 그린 수채화 삽화

밤사이에 롯은 사위들을 찾아갑니다. 여호와께서 이 성을 멸하실 터이니 일어나 이곳에서 떠나라. 반응은 한 줄로 끝납니다. 그 사위들이 농담으로 여겼더라. 설득에 실패했다는 말도, 그들이 반박했다는 말도 없어요. 그냥 농담으로 들렸다고만 적혀 있습니다.

동틀 무렵 천사가 롯을 재촉합니다. 일어나 여기 있는 네 아내와 두 딸을 이끌라. 그리고 다음 문장이 이 장에서 가장 조용하게 아픈 대목입니다. 그러나 롯이 지체하매. 무엇 때문에 지체했는지는 쓰여 있지 않습니다. 짐인지 미련인지 두려움인지, 본문은 이유를 달지 않고 지체했다는 사실만 남겨 둡니다.

그래서 손이 개입합니다. 그 사람들이 롯의 손과 그 아내의 손과 두 딸의 손을 잡아 인도하여 성밖에 두었다고요. 손이 네 번 나옵니다. 설득이 아니라 끌어냄이었어요. 그리고 그 행동에 이름이 붙습니다. 여호와께서 그에게 인자를 더하심이었더라.

성밖에 세워 놓고 하신 말이 도망하여 생명을 보존하라, 돌아보거나 들에 머무르지 말고 산으로 도망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롯은 여기서도 한 번 더 조릅니다. 산까지는 못 가겠으니 저 가까운 작은 성으로 가게 해 달라고요. 그 청도 들어주십니다. 성 하나가 그 때문에 남았고 이름이 소알이 됩니다. 그리고 덧붙여진 말이 이렇습니다. 네가 거기 이르기까지는 내가 아무 일도 행할 수 없노라.

설득이 통해서 나온 게 아닙니다. 지체하는 사람의 손을 잡아 끌어냈다고 적혀 있어요.

돌아보지 말라는 말은 방향에 대한 말이었습니다

이른 아침 먼 들판 너머로 연기가 하늘로 치솟는 풍경을 그린 수채화 삽화

롯이 소알에 들어갈 때 해가 돋았다고 합니다. 밤새 이어지던 장면이 아침에 닿는 순간이지요. 그리고 하늘에서 유황과 불이 내려 성들과 온 들과 거기 살던 모든 것을 엎어 버립니다. 본문은 이 장면을 길게 묘사하지 않습니다. 두 절이면 끝나요.

대신 한 절이 따로 서 있습니다. 롯의 아내는 뒤를 돌아본 고로 소금 기둥이 되었더라. 이름도 나오지 않고 앞뒤 설명도 없이 이 한 줄뿐입니다. 돌아보지 말라는 말은 앞서 성밖에서 이미 들었던 말이었어요. 여기서 돌아본다는 건 고개만 돌린 게 아니라 몸이 여전히 그쪽을 향해 있었다는 뜻에 가깝습니다. 발은 나왔는데 마음은 아직 성에 있었던 셈이지요.

그리고 시점이 다시 위로 올라갑니다. 아브라함이 그 아침에 일찍 일어나 여호와 앞에 섰던 곳으로 갑니다. 어제 서 있던 그 자리로 다시 간 겁니다. 거기서 눈을 들어 소돔과 고모라 쪽을 바라보니 연기가 옹기 굽는 가마의 연기처럼 치밀어 오르고 있었어요. 그가 본 것은 결과뿐입니다. 성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조카가 살아 나왔는지 어땠는지는 그 자리에서 알 수 없습니다.

그 물음에 답하는 문장이 바로 뒤에 놓입니다. 하나님이 들의 성들을 멸하실 때에 아브라함을 생각하사 롯을 그 엎으시는 중에서 내어 보내셨더라. 롯이 구조된 이유를 여기서는 롯의 공로로 적지 않습니다. 아브라함을 생각하셨다고 적어요. 십 인을 채우지 못해 멈췄던 그 대화가 어디로 갔는지를 이 한 절이 알려 줍니다.

십 인을 찾지 못했지만 그 기도가 사라지지는 않았다고 29절이 짚어 줍니다.

묵상 포인트

  1. 첫째, 아브라함은 오십에서 십까지 내려가다 스스로 멈췄습니다. 더 물어도 되는지 자신이 없었던 거겠지요. 그런데 본문은 그 멈춘 기도를 실패로 적지 않습니다. 성은 무너졌는데 사람은 나왔고, 그 이유로 아브라함을 생각하셨다고 씁니다. 응답이 내가 요구한 모양 그대로 오지 않을 수 있다는 걸 이 장이 조용히 보여 줍니다.
  2. 둘째, 롯이 지체한 이유는 끝내 나오지 않습니다. 다만 지체하는 동안 손이 먼저 왔습니다. 마음이 정리되고 발이 떨어진 다음에 구원이 온 게 아니라, 아직 못 떠나고 있는 사람의 손을 잡아 끌어냈어요. 준비된 상태로 서 있어야 붙잡아 주신다는 이야기가 여기에는 없습니다.
  3. 셋째, 돌아보지 말라는 말은 과거를 잊으라는 말과는 결이 다릅니다. 지금 몸이 어느 쪽을 향하고 있느냐를 묻는 말에 가깝지요. 아브라함도 이튿날 아침에 소돔 쪽을 바라봅니다. 그런데 그는 어제 서 있던 자리로 먼저 돌아가서 봤어요. 어디에 서서 보느냐가 같은 연기를 다르게 만듭니다.

이 두 장에는 서 있는 사람과 앉아 있는 사람이 나옵니다. 아브라함은 여호와 앞에 서서 아침까지 그 자리를 기억했고, 롯은 성문에 앉아 있다가 손을 잡혀 나왔습니다. 두 사람 다 자기 힘으로 성을 구하지는 못했어요. 남은 것은 무너진 성을 향해 올라가던 연기와, 그 연기를 보며 서 있던 자리 하나입니다. 그리고 그 자리가 헛되지 않았다는 문장 하나가 이야기 끝에 붙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