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보이는 이유  여름 습기 + 아침 기온차실내 습도  30~60% 사이젖은 자리  24~48시간 안에 말리기혼자 할 범위  약 0.93㎡까지

9월에 들어서면 집 안에서 못 보던 자국이 눈에 들어온다. 없던 것이 갑자기 생긴 게 아니라, 여름 내내 벽 뒤와 가구 뒤에서 자라던 것이 이제 표면까지 올라온 것이다. 시작되는 자리가 다르면 손대는 순서도 달라야 한다.

없던 것이 생긴 게 아니라, 여름 내내 있던 것이 드러난 것이다

이른 아침 창가에서 유리에 맺힌 물방울과 창틀에 고인 물기, 그 아래 벽지의 옅은 얼룩을 그린 수채화 그림

9월에 들어서면 집 안에서 못 보던 자국이 눈에 들어온다. 욕실 이음매의 검은 점, 옷장을 열 때 훅 끼치는 냄새, 창가 벽지 아래쪽의 얼룩. 하필 이 시기에 몰려 보이는 데는 이유가 있다.

곰팡이는 습기를 먹고 자란다. 실내 습도를 30에서 60퍼센트 사이로 잡아 두라는 기준이 있는데, 장마와 한여름을 지나는 동안 그 위쪽을 오래 넘긴 집이 많다. 젖은 자리를 하루 이틀 안에 말려 두면 자리를 잡지 못하지만, 벽 뒤나 가구 뒤처럼 눈에 안 보이는 곳은 그 시간을 훌쩍 넘긴다.

그렇게 여름 내내 자란 것이 지금 드러나는 건 기온 때문이다. 아침저녁으로 바깥이 식으면 벽과 창의 표면 온도가 실내 공기보다 먼저 떨어진다. 공기 중에 떠 있던 수분이 그 차가운 면에 물방울로 맺히고, 젖은 자리가 넓어지면서 옅게 퍼져 있던 것이 눈에 보이는 색으로 올라온다.

그래서 순서에 원칙이 하나 생긴다. 닦는 게 먼저가 아니라 물이 어디서 오는지가 먼저다. 표면만 지우면 며칠 뒤 같은 자리에 같은 모양으로 돌아온다. 자국이 늘 한자리에만 생긴다면 그 자리가 집에서 가장 차갑거나, 어딘가에서 물이 새고 있다는 뜻이다.

혼자 손댈 범위도 미리 정해 두는 게 낫다. 한 변이 1미터가 채 안 되는 넓이, 그러니까 0.93제곱미터쯤까지가 직접 하는 선이다. 벽 한 면을 덮을 정도로 번졌거나 물이 샌 뒤에 생긴 것이라면 닦는 문제가 아니다.

어느 자리든 공통으로 하지 말아야 할 것도 하나 있다. 자국 위에 페인트를 칠하거나 실리콘을 덧쏘아 덮는 것. 덮은 재료가 제대로 붙지 못하고 들뜨면서 얼마 못 가 벗겨진다. 가려져 있는 동안 안쪽은 계속 젖어 있다.

닦는 게 먼저가 아니라 물이 어디서 오는지가 먼저다. 원인이 그대로면 같은 자리로 돌아온다.

타일은 멀쩡한데 이음매만 검다면 — 욕실

욕실에서 제일 먼저 티가 나는 곳은 타일이 아니라 타일 사이다. 실리콘 이음매와 줄눈은 표면이 미세하게 무르고 물을 머금는다. 타일 면에 앉은 것은 물걸레로 지워지지만, 이음매에 자리 잡은 것은 문질러도 색이 그대로 남는다. 표면이 아니라 안쪽까지 들어갔다는 신호다.

첫 조치는 말리는 것부터다. 젖은 상태에서 제거제를 뿌리면 물에 희석돼 흘러내린다. 마른 뒤에 이음매를 따라 얇게 올리고, 그 위에 화장지를 덮어 두면 흘러내리지 않고 붙어 있다.

쓰는 동안 반드시 지킬 게 있다. 곰팡이 제거용 욕실 세정제는 대부분 차아염소산나트륨이 주성분이다. 여기에 산성 세정제나 식초, 구연산을 같이 쓰면 염소가스가 난다. 인체에 치명적인 기체다. 하나를 쓰고 헹구지 않은 채 다른 하나를 쓰는 것도 섞는 것과 다르지 않다.

분무기 형태라 얼굴 높이에서 뿌리게 되는 것도 문제다. 장갑과 마스크를 끼고, 문을 열거나 배기팬을 돌린 채로 작업한다. 좁고 닫힌 공간에서 오래 뿌리는 게 가장 위험하다.

다 지운 다음이 진짜다. 이음매가 갈라졌거나 들떴다면 그 위에 실리콘을 새로 쏘지 않는다. 물이 그 틈으로 계속 들어가 있던 상태였으니, 덮으면 안에서 다시 시작된다. 오래된 실리콘은 걷어내고 완전히 말린 뒤에 새로 넣는 게 순서다.

다음 여름까지 이 자리를 지키는 건 결국 물기를 얼마나 빨리 빼느냐다. 물을 쓰고 난 뒤에 문을 열어 두고, 배기팬을 바로 끄지 않는다. 젖은 시간을 짧게 만드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은 없다.

차아염소산나트륨이 든 제거제에 식초나 구연산을 같이 쓰면 염소가스가 난다.

옷에서 나는 냄새가 옷 문제가 아닐 때 — 붙박이장과 벽에 붙인 가구 뒤

옷장을 열 때 나는 눅눅한 냄새를 옷 탓으로 돌리기 쉽다. 다 꺼내 빨아도 며칠이면 돌아온다면 옷이 아니라 그 뒤 벽이다.

벽에 딱 붙여 놓은 가구 뒤는 집에서 공기가 가장 안 지나는 자리다. 바깥과 맞닿은 벽이라면 표면 온도도 낮다. 차가운 면에 공기가 갇혀 있으면 그 면에 수분이 맺힌다. 옷장 안쪽 판이 아니라 판 뒤의 벽지가 먼저 상하는 이유다.

첫 조치는 확인이다. 가구를 앞으로 당겨 벽면을 본다. 손등을 대 봐서 다른 벽보다 차갑다면 그게 원인이다. 벽지에 자국이 없어도 축축한 느낌이 있으면 이미 진행 중이다.

여기서 하지 말아야 할 건 옷을 도로 넣고 제습제만 늘리는 것이다. 제습제는 공기 중 수분을 얼마간 잡아 줄 뿐이라 차가운 벽을 데우지는 못한다. 원인이 표면 온도에 있으면 제습제를 몇 개 넣든 그 자리는 다시 젖는다.

벽을 닦아 말린 뒤에는 가구를 벽에서 조금 떼어 놓고, 문을 자주 열어 공기가 지나게 한다. 근본으로 가면 그 벽의 표면 온도를 올리는 일이다. 차가운 면에 단열을 보태면 물방울이 맺힐 여지 자체가 줄어든다. 겨울이 오기 전에 잡아 두는 편이 낫다.

옷은 벽을 처리하는 동안 다른 방에 두거나 널어 말린다. 냄새가 밴 옷을 젖은 옷장에 도로 넣으면 냄새가 옷에서 옷으로 옮는다.

원인이 벽 표면 온도에 있으면 제습제를 몇 개 넣든 그 자리는 다시 젖는다.

창을 여닫는 계절에 가장 먼저 티가 나는 곳 — 창틀과 창가 벽지

창은 집에서 가장 차가운 면이다. 유리 한 장 너머가 바깥이니 기온이 떨어지면 제일 먼저 식는다. 낮과 밤의 기온차가 벌어지기 시작하는 이 시기에 아침 창틀에 물이 고여 있는 게 그 때문이다.

첫 조치는 대단할 게 없다. 아침에 마른 걸레로 창틀 홈의 물기를 걷는다. 홈은 물이 빠지라고 낸 자리지만 먼지가 쌓이면 물이 고인다. 고인 채로 하루가 가면 고무 패킹과 홈 안쪽에서 시작된다.

창가 벽지는 좀 다르다. 종이와 풀은 물을 빨아들이는 재료라 표면을 닦아도 안쪽에 남는다. 자국이 손바닥만 하게 번졌다면 닦는 것으로는 끝나지 않는다. 그 부분을 잘라내고 벽면을 말린 뒤 다시 붙이는 쪽이 확실하다.

하지 말아야 할 건 젖은 자리를 다시 가리는 것이다. 자국이 있는 벽지 위에 새 벽지를 덧대거나, 그 앞에 커튼과 가구를 도로 놓으면 안쪽이 마를 기회가 없다.

커튼도 같이 본다. 창에 닿아 있던 아랫단은 밤새 물을 먹는다. 창틀만 닦고 커튼을 그대로 두면 다음 날 아침에 다시 젖는다.

유리에 맺힌 물방울은 아래로 흘러 창틀 아래쪽 실리콘과 벽지 윗선에 모인다. 그래서 자국이 유리가 아니라 창틀 바로 아래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창을 손볼 때 유리보다 그 아래 선을 먼저 본다.

자국은 유리가 아니라 창틀 바로 아래에서 시작된다. 물이 흘러 모이는 자리다.

천과 가죽은 벽과 다르게 다뤄야 한다 — 옷과 가방, 신발

여름 동안 넣어 둔 가방을 꺼냈더니 표면에 하얗게 얼룩이 앉아 있는 경우가 있다. 가죽과 천은 벽과 달리 재료 자체가 양분이 된다. 같은 습도에서도 더 잘 자라는 이유다.

첫 조치는 자리를 옮기는 것이다. 집 안에서 털지 않는다. 마른 솔로 밖에서 털어낸 다음 안으로 들인다. 방 안에서 털면 그 자리에서 다른 옷과 커튼으로 옮겨 앉는다.

가죽은 물세탁하지 않는다. 마른 천으로 닦고 그늘에서 말린다. 볕에 오래 두면 곰팡이보다 가죽이 먼저 상한다.

빨 수 있는 천은 표시 라벨이 허용하는 가장 높은 온도로 빤다. 색이 있는 옷에 염소계 표백제를 쓰면 얼룩이 남는다. 지우려다 옷을 버리는 흔한 경우다.

하지 말아야 할 건 손질한 옷을 원래 자리에 바로 넣는 것이다. 옷장이 눅눅한 상태 그대로면 며칠 만에 돌아온다. 옷장 벽면과 바닥을 닦아 말린 뒤에 넣는다.

여러 번 손을 봤는데도 돌아오는 물건은 놓아주는 편이 낫다. 안쪽까지 물을 머금는 재료는 표면 처리로 끝나지 않는다. 카펫이나 천장재처럼 스며드는 자재는 곰팡이가 생기면 버려야 할 수도 있다.

집 안에서 털지 않는다. 마른 솔로 밖에서 털어낸 다음 들인다.

싱크대 아래 문을 열었을 때 눅눅한 냄새가 난다면 — 주방 하부장

주방에서 곰팡이가 시작되는 자리는 대개 눈에 안 보이는 데다. 싱크대 아래 수납장은 배관이 지나가는데 문을 닫아 두니 공기가 안 지난다. 열었을 때 눅눅한 냄새가 훅 오면 그 안 어딘가가 젖어 있다는 뜻이다.

첫 조치는 비우는 것이다. 세제통과 봉투를 다 꺼내 놓고 바닥과 벽면을 본다. 그다음 배관 이음새를 손으로 만져 본다. 뚝뚝 떨어지는 누수는 금방 알지만, 이음새에 맺히는 정도의 미세한 물기는 손으로 만져야 안다.

여기서 물기가 잡히면 곰팡이 문제가 아니라 배관 문제다. 이음새를 조이거나 실링을 다시 하는 게 먼저다. 새는 곳을 두고 안쪽만 닦으면 다음 주에 같은 자리를 다시 닦는다.

하지 말아야 할 건 다 닦았다고 물건을 바로 채워 넣는 것이다. 합판 바닥은 물을 먹고 나면 겉이 말라도 속은 젖어 있다. 문을 열어 둔 채 하루 이상 말린 다음에 넣는다.

물건을 다시 넣을 때는 바닥에 직접 놓지 말고 받침을 하나 깔아 아래로 공기가 지나게 한다. 세제나 물비누를 눕혀 두는 통은 새는 걸 늦게 알아채는 대표적인 물건이다.

식기세척기를 쓰는 집이면 그 아래 바닥도 같은 이유로 본다. 늘 같은 자리에 붙박여 있고, 아래로 물이 떨어져도 눈에 띄지 않는다.

물기가 잡히면 곰팡이 문제가 아니라 배관 문제다. 새는 곳을 먼저 잡는다.

정리하면

  • 닦기 전에 물이 어디서 오는지부터 찾는다. 원인이 그대로면 며칠 뒤 같은 자리에 같은 모양으로 돌아온다.
  • 차아염소산나트륨이 든 제거제에 식초·구연산·산성 세정제를 같이 쓰지 않는다. 장갑과 마스크를 끼고 문을 열어 둔 채 쓴다.
  • 자국 위에 페인트를 칠하거나 실리콘을 덧쏘지 않는다. 덮은 재료는 들뜨고 안쪽은 계속 젖어 있다.
  • 가구 뒤나 옷장 벽처럼 원인이 표면 온도에 있는 자리는 제습제로 해결되지 않는다. 가구를 떼어 놓고 공기가 지나게 하는 게 먼저다.
  • 혼자 손대는 범위는 0.93제곱미터쯤까지다. 벽 한 면으로 번졌거나 물이 샌 뒤에 생긴 것이라면 닦는 문제가 아니다.

여름에 생긴 일은 여름에 끝나지 않는다. 지금 눈에 들어온 자국은 지난 석 달의 결과다. 여기서 물기가 오는 길을 한 번 끊어 두면, 유리와 벽이 더 차가워지는 겨울에 같은 자리에서 다시 시작하지 않는다.